'대선 주자에게 바란다'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입력 2017-04-04 10:08  



"비현실 같은 현실은 지우개로 지우고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주세요."(대구, 나형준, 17세)

글로벌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은 올 초부터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을 전개하고, 전국의 만 18세 미만 아동 청소년들이 외친 1만1천여 건의 아동정책공약을 대선 한달 여 앞둔 4일 발표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진행한 이번 캠페인은 그간 투표권이 없어 정책이나 공약에서 소외되기 쉬웠던 대한민국 아동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했다. 지난 1-2월 두 달간 총 8,600명이 교육, 안전, 환경, 국가안보 등 분야를 막론한 11,303건의 다채로운 정책 및 공약을 제안했다.

가장 많았던 제안은 교육·학교 분야로 전체 제안 건수 중 절반에 달하는 49.6%(5,603건)를 기록했다. 이 분야에서 아동들은 ‘교육시간 축소’(1,085건)를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정책으로 꼽았다.

아동들은 ‘아침밥을 먹고 등교를 하는 것, 힘들 때는 쉬어가는 것, 밤에는 잠을 자는 것’ 등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다며, ▲전국 초·중·고 9시 등교제도 도입 ▲쉬는 시간 확대 ▲야간자율학습폐지 및 숙제축소 등의 방안을 내세웠다.

사교육 축소 방안(716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줄이었다. 경남의 고수현 군(16세, 남)은 "학원에서는 여전히 선행학습이 이뤄지고 있으며, 초등학생은 22시 중학생은 23시 고등학생은 새벽까지 학원에 묶여있다"면서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이 현실처럼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동들은 ▲학원운영시간 규제 ▲불법 선행학습에 대한 대책 마련 ▲공교육 강화 등을 제안하며 사교육에 지친 학생들을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또한 아동들은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아동 청소년 안전 문제와 관련해 아동대상범죄의 근절 방안을 시급히 마련(778건, 39.2%)할 것을 두 번째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폭력 등 각종 범죄 때문에 너무 불안하다"는 아동들은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예산 확대 및 전담부서마련 ▲아동 성범죄 및 아동음란물 강력규제 ▲아동대상범죄 가중 처벌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안전과 관련해 교통사고 및 간접흡연으로부터 아동들을 지켜달라는 제안(680건)도 눈에 띄었다. 대구의 박규진 양(12세, 여)은 "학교 앞 사거리에 신호등이 없어 차에 치일까 늘 불안하다"며 하루빨리 설치해줄 것을 호소했다. 아동들은 학교 앞에 횡단보도 및 신호등 설치를 확대해줄 것과 가로등 및 CCTV를 확대 설치하는 한편 위험지역의 순찰을 강화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놀이·여가·휴식 분야에서는 아동의 놀이공간을 확대(685건)해 줄 것, 아르바이트 분야에서는 최저시급 인상(396건) 및 근로환경개선(142건), 복지 분야에서는 저소득가정의 아동 및 아동복지시설 지원을 확대(469건)해줄 것을 피력했다.

인천의 홍혜주 양(18세, 여)은 "어리다는 이유로 최저시급을 비롯해 야간 및 주휴 수당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용주를 대상으로 한 관리감독을 강화해달라"고 보육원에 사는 박채윤 양(18세, 여)은 "초등학생은 만원, 중학생은 2만원, 고등학생은 2만5천원으로 한 달을 사는데 물가가 많이 올라 이 돈으로 30일 버티기가 힘들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지원이 끊긴다고 해서 일도 할 수 없다. 지원을 확대하던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던지 해달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만 18세 투표권 보장을 포함해 아동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과 학교 주변의 쓰레기 문제 해결 등 깨끗한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보육, 국가안보·외교, 경제성장·균형발전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전국 아동 청소년이 제안한 공약들을 ‘대한민국 아동이 제안하는 제 19대 대선 아동정책공약’ 보고서로 제작한 후 대선 공약을 수립하는 각 당의 정책위원회 및 주요 대선 주자 캠프에 전달해 면밀한 검토 및 공약 반영을 요청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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