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달라졌다. 더이상 ‘샤이 안철수’가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설 목소리다.
안 후보는 지역 경선에서 달라진 연설 목소리를 선보였다. 안 후보의 본래 연설스타일은 높낮이가 별로 없는 속삭이듯하는 대화형 연설이다. 지난 2월 충남 천안에서 열린 당 워크숍 때만 해도 안 후보 연설은 억양이 없었다. “자장가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 안 후보가 한 달 만에 확 바뀌었다. “문재인을 이길 후보가 누구냐”고 목청을 높일 때는 완전 딴 사람 같다. 목소리가 굵어졌다. 소리를 지르듯 연설을 하는 모습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갈린다. “안철수가 맞냐. 안철수가 변했네” “안철수, 왜 저래. 어울리지 않게”라는 얘기 등 다양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안 후보가 분명히 변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국민의 눈길을 끄는 게 목적이었다면 대성공이다.
안 후보는 요즘 ‘연설 비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가 스스로 익혔다. 저는 컴퓨터도 독학으로 배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안 후보는 정계입문 후 ‘억양이 없는 연설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을 여러차례 들었다. 정치를 하려면 연설스타일 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안 후보는 변하지 않았다.
안 후보가 갑자기 바뀐 것은 두달도 채 안된다. 대선전이 본격화되면서다. 일각에선 ‘연설을 지도하는 과외 선생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안 후보 측은 “복식호흡으로 목소리를 바꿨다”고 말한다.
‘스스로 노력해 바꾼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과외 얘기는 여전하다. 실제 박지원 대표 등 당 핵심관계자들은 두달 전쯤 안 후보에게 연설 스타일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한 관계자는 “몇몇 당 고위 관계자가 ‘억양 없는 연설은 마치 외워서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며 연설방식을 바꿀 것을 건의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억양을 조절하는 훈련을 위해 아나운서 초빙을 권했다고 한다. 안 후보가 과외선생을 따로 초빙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때부터 안 후보가 바뀐 것만은 분명하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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