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률시장 개방 후 질적 성장 로스쿨 학위 활용 분야 많아
[ 이상엽 기자 ] “변호사 타이틀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방향으로 눈을 돌려라.”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등과의 업무 협력 차 지난 3일 한국을 찾은 로버트 본스 영국법률협회장(사진)은 날로 심해지는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청년 변호사들에게 조언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본스 회장은 변호사 18만명을 회원으로 둔 영국법률협회를 대표한다. 그는 “영국에서 법조인은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은 직업군 중 하나”라며 “그 추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히 변호사는 계속 늘고 있다.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만 약 6000명이다.
영국 법률시장은 한국과는 다르게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작년 법률시장 매출은 300억파운드. 2015년 270억파운드에서 30억파운드(약 4조2000억원) 늘었다. 1년간 커진 규모만 따져도 한국 법률시장 한 해 매출(약 3조원)보다 많다.
영국은 1970년대 중반 법률시장을 개방했다. 합작 로펌에서 외국계 로펌의 지분 상한선을 없앴으며, 해외 변호사는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사무소를 열고 자국 법률을 기반으로 자문에 응할 수 있게 했다. 그 덕분에 시티오브런던(런던의 금융특구)은 영국의 강력한 법률시장 중심지로 거듭났다. 본스 회장은 “법률시장 개방은 영국 변호사의 질적인 성장은 물론 변호사들이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배출되는 로스쿨 졸업생이 모두 법조인이 되는 건 아니다”며 “로스쿨 학위를 금융업 등 다른 비즈니스 분야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호사들은 또 세계 로펌 사무소들의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스 회장은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한국 법조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영국 로펌들은 진출한 국가의 현지 변호사를 고용하고 그들 중에서 파트너 변호사나 대표 변호사를 임명한다”며 “현지 로펌과 경쟁하기보다 협력을 통해 함께 일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양국 법조계에 ‘위기’보다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본스 회장은 “장기적으로 영국은 유럽을 넘어 세계를 상대로 전보다 무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한국과 상품 교역은 물론 법조계의 상호 교류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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