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등산 같아…블랙야크, 중국사업 키우는 이유"

입력 2017-04-04 19:00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경영 능선' 탈 줄 알아야
'사드 보복' 위기라지만 준비된 기업은 살아남아
독일 아웃도어전서 황금상, 전 세계에서 주문 들어와



[ 민지혜 기자 ]
블랙야크는 5년 전 세계 최대 아웃도어 전시회인 독일 이스포(ISPO)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 아웃도어 브랜드로선 처음이었다. 바이어들은 “아시아에서 온 브랜드냐”며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구인의 체형에 맞고, 이들이 선호하는 색상의 제품을 개발해 매년 이스포에 참가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열린 ISPO에서 3년 연속으로 우수 제품상을 받았다. 올해를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생각한다는 강 회장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만났다.

히말라야를 등반한 산악인이기도 한 강 회장은 “경영은 당장 보이지 않는 다음 봉우리를 볼 줄 아는 산행과 같다”고 말했다. 산 밑에서는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만 보고 열심히 오르지만 올라보면 그곳이 정상이 아님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정상에 오른 뒤 그제야 또 다른 높은 봉우리가 앞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갑자기 지쳐버려요. 미리 대비하고 오르락내리락 능선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등산가라고 할 수 있죠.”

강 회장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올해 중국 사업을 더 확장키로 했다. 그는 “사드 문제가 아니어도 위기는 늘 있어 왔다”며 “준비된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1998년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했지만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한국 브랜드로서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며 “5년 전 무작정 ISPO에 참가한 것도 블랙야크가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란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장기불황에 빠진 한국 아웃도어 업체들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길도 ‘긴 호흡의 투자’에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불황엔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확실한 사업 의지를 갖고 꾸준히 투자해야 경영인도, 회사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블랙야크가 2014년 미국 포틀랜드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를 인수한 것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에 투자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나우’ 인수를 주도한 아들 강준석 글로벌사업본부 이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다음 세대에 더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도전하고 투자하면 가능하다”며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을 주장하는 ‘나우’가 한국 시장에선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인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야크는 올해 중국뿐 아니라 다른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유럽, 북미, 아시아 등 20개국에 매장을 열기로 한 것도 ISPO에서의 수상 덕분에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로 블랙야크의 위상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해외 매출도 증가세다. 지난해 유럽 매출은 전년보다 96% 늘었고, 미국 시장에선 250% 급증했다. 강 회장은 “올해 ISPO에선 브라질과 일본 등 그동안 진출하지 않았던 나라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며 “블랙야크가 개발한 유럽 스타일과 한국 스타일의 강점을 합한 ‘블랙야크 스타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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