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등단 52년을 맞은 원로 천양희 시인(75)이 모두 61편의 새 작품을 담은 시집 《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지성사)를 냈다. 천 시인은 인간이 겪는 고통과 외로움을 절제된 시어에 담아 삶에 대한 열망을 구체화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집에는 자신의 50여년 시작(詩作) 인생을 돌아보며 때로는 덧없음을 느끼지만 결국에는 이를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로 승화한 작품들을 실었다.
천 시인은 지난날 느낀 부끄러움과 자책,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비애와 연민 등 뒤섞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담담하게 일상의 시어로 풀어낸다. 그는 인간이 무소유로 살다 가는 것은 거미가 “거미줄을 뽑지 않는 것처럼”(‘무소유’ 부분) 어렵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들 순간은 어느새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돼 삶을 긍정하는 에너지가 된다. “반세기의 세월은 / 다리가 놓이고 / 숲이 베어지고 / 바다를 메우기에도 / 충분한 시간이다 // (중략) // 일요일, 일찍 일어났다 / 오늘은 나의 시력 50년째 되는 날이다 / 이제는 / 살려고 하기에도 / 충분한 시간이다”(‘50년’ 부분)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날을 따뜻하게 위로하기도 한다. “이처럼 되기까지 인생은 얼마나 수고로웠을까요”(‘이처럼 되기까지’ 부분)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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