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가 노조원 직접 고용하라" 압박
[ 강현우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한라그룹 자동차부품 계열사인 만도헬라 하청업체에 노조를 조직하고 원청회사인 만도헬라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 하청업체에 노조를 세우고 원청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세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만도헬라와 하청업체 HRTC의 도급계약이 지난 2일로 종료된 가운데 HRTC 노조(금속노조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는 3일부터 인천 송도동 만도헬라 공장 앞에서 “만도헬라는 고용을 보장하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만도헬라는 자동차용 센서 제조업체로, HRTC와 서울커뮤니케이션 등 두 곳의 하청업체(각 140여명)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 하청업체 직원들이 만도헬라 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방식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2월 HRTC에 노조를 설립했고, 3월에는 만도헬라를 상대로 근로자(정규직)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만도헬라가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근로감독도 하기 때문에 이른바 ‘불법파견’이라는 주장이다. 금속노조는 만도헬라에 “HRTC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2000년대 들어 노조 조직률이 10% 초반으로 떨어지자 세력 확장을 위해 대기업 하청업체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현대글로비스 하청업체인 동진오토텍에 금속노조 지부가 설립됐다. 현대중공업 포스코 금호타이어 등 대부분 생산현장에는 금속노조 비정규직 지회가 들어서 있다.
금속노조는 근로조건 향상을 1차 목표로 내세운다. 그 수단으로 우선 고용계약 당사자가 아니라 원청을 상대로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요구한다. 이어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상 정규직 인정 조항을 활용해 원청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다.
파견법은 제조업체가 파견근로자를 쓰면 그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경기 변동 대응 수단으로 파견 대신 사내하청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파견과 사내하청의 차이는 원청업체가 파견업체(하청업체) 직원의 근로감독을 하느냐 여부다.
현장에서는 파견과 사내하청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금속노조가 주도하는 20여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기업들은 금속노조의 하청업체 공략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변동에 대응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 사내하청까지 제한되면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고등법원은 2015년 5월 금호타이어 사내하청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업무에 관계없이 모두 원청인 금호타이어 직원으로 인정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한국타이어 사건에서 서울지방법원은 적법한 도급이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 2심에서 부품 정리, 포장, 출고 등 이른바 간접생산공정 직원까지 모두 원청인 현대차 직원으로 인정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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