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근호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주기적으로 일본 각 지역의 농산물을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다. 농업에 대한 관심을 높여 고부가가치 농산품을 만들어내고 수출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아베 총리는 “한 해 무역수지 적자가 7조엔(약 71조원)이 넘는 농수산물 분야를 수출산업으로 탈바꿈시키자”며 2014년 농업혁신 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에 일본 농수산물을 5조엔어치 수출하겠다는 목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첨단기술을 적용한 농업이 일본의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당근 품종 아홉 개를 새로 개발한 다카기 다로 연구원을 소개했다.
일본 지바에 본사를 둔 미카도교와에서 품종 개발을 맡고 있는 다카기 연구원은 베타카로틴 함량을 높여 먹음직스럽게 밝은 주황색을 띠는 ‘아멜리에’, 일정한 원통형으로 서늘한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크리스틴’, 곰팡이 때문에 발생하는 검은무늬병에 내성을 지닌 ‘엠마’ 등의 당근 품종을 개발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가운데가 휘어진 당근, 일본에선 땅딸막하지만 곧게 펴진 당근을 선호하는 등 나라마다 인기 품종이 다르다”며 “당근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개인 농가가 조그만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기업형 농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로봇으로 상추를 재배하는 스프레드,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수경농장(흙 대신 물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것)을 운영하는 우미트론 등이 등장했다. 대기업 후지쓰는 클린룸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던 기술을 이용해 무균·방진실에서 상추를 키우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살충제를 전혀 쓸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도요타자동차는 바이오연료 기술을 활용한 유전공학으로 딸기 품종 개량에 나섰다.
일본은 지난해 농수산물을 8조5480억엔어치 수입했다. 수출은 7502억엔에 그쳐 무역수지 적자가 7조7978억엔에 달했다. WSJ는 “일본 가전산업이 옛날의 영광을 잃고 쇠퇴하는 가운데 농업이 빈자리를 메워줄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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