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 엑소르 존 엘칸 회장,'자동차 제국' 재건한 승부사

입력 2017-04-06 16:22  

28세에 부도직전 피아트 물려받아 크라이슬러 합병, 페라리 상장…

21세에 피아트 이사회 입성
4개국어 유창하게 구사
후계자들 줄줄이 세상 떠나자 예상보다 일찍 회장 자리 올라

의견 잘듣는 겸손한 리더십
페라리 분사해 98억달러 IPO 성공
FCA의 부채 부담 크게 줄여…재보험사 파트너리도 인수

미디어 산업에도 관심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분 43% 인수
법인세율 낮고 경영권 방어 쉬운 네덜란드로 엑소르 본사 전격 이전



[ 이상은 기자 ] 명품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축구 명문 이탈리아의 유벤투스FC 구단 등을 소유한 200억달러(약 22조5500억원)짜리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회장. 나이는 41세에 불과하고 심지어 잘 생기고 스타일도 좋다. 인기가 많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는 이 금수저 행운아는 존 엘칸 엑소르 회장이다.

엑소르라는 이름은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FCA)를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다. 엘칸 회장이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맡고 있다. 1997년 불과 21세로 피아트 이사회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그는 2004년 거의 부도 지경에 처한 피아트 제국을 물려받았다.

경험도 일천하고 나이도 어린 그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러나 엘칸 회장은 세르조 마르키온네 FCA CEO와 함께 피아트를 되살리고, 크라이슬러와 합병시키고, 자동차 제국을 재건했다. 페라리 분사와 기업공개(IPO), 재보험사 파트너리 인수, 본사의 네덜란드 이전 등 굵직한 결정을 잇달아 내렸다.

외손자에게 돌아간 후계자 자리

엑소르의 위상과 엘칸 회장의 지위를 이해하려면 피아트의 현황과 역사를 잠깐 돌아봐야 한다. 1899년 조반니 아넬리가 창업한 피아트는 자타 공인 이탈리아의 대표 기업이다. 2009년 4월 미국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무너질 때 피아트가 자금을 투입해 현재의 피아트-크라이슬러 합병회사 FCA가 만들어졌다.

엑소르는 FCA 지분 30%를 포함해 CNH인더스트리얼, 페라리, 파트너리,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지분 등 총 200억달러 규모 자산을 보유(지난 3월 말 기준)하고 있다. 엑소르의 자산군으로 나눠보면 지난해 인수한 파트너리가 34%, FCA 지분이 25%이고 CNH인더스트리얼(17%), 페라리(15%) 등이 뒤따른다.

엑소르는 아넬리 가문의 회사다. 엘칸의 성이 아넬리가 아닌 것은 그가 창업주의 손자인 지안니 아넬리의 외손자(창업주의 4대손)이기 때문이다. 지안니의 맏딸 마르게리타 아넬리는 두 번 결혼했는데 첫 결혼에서 낳은 첫아들이 엘칸이다. 1976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엘칸이 처음부터 후계자는 아니었다. 외손자에게 경영권이 돌아오는 과정에는 적지 않은 우연이 작용했다. 당초 그의 외할아버지 지안니 아넬리는 유일한 아들 에도아르도 아넬리 3세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신비주의에 빠지는 등 경영에 관심이 없던 에도아르도는 무슬림으로의 개종 등 화제를 뿌리다가 2000년 46세로 사망했다. (자살로 알려져 있으나 의문사라는 주장도 있다.)

에도아르도 사망 전 그를 대신할 후계자로 지목됐던 엘칸의 사촌 조반니 알베르토도 1997년 암으로 유명을 달리하자 지안니 아넬리 회장은 엘칸을 후계자로 내정했다. 이후 아넬리 회장(2003년)과 그의 삼촌 움베르토(2004년)가 줄줄이 세상을 떴다. 2004년, 28세 엘칸에게 예상보다 일찍 차례가 돌아오게 된 배경이다.

그는 토리노공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며 피아트의 영국·폴란드지사를 포함한 제조업 현장을 짧게나마 경험했다. 영국과 브라질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프랑스 파리의 리세 빅토르 뒤뤼에서 수학한 경험 덕분에 4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승부사’ 기질 드러내

그는 차근차근 자기 영역을 넓혔다. 2004년 피아트 이사회 부의장을 맡았고 2010년 4월엔 의장으로 올라섰다. 2011년 엑소르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4년 10월엔 FCA 의장도 맡았다.

엘칸 회장은 아넬리 가문 특유의 전투적인 경영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남의 의견을 잘 듣는 겸손한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 그는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근 2년 새 시장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결정을 줄줄이 쏟아냈다. 2015년 명품차 브랜드 페라리를 분사해서 98억달러짜리 IPO를 성공시켰다. 이 결정으로 엑소르의 페라리 지분율은 23%로 줄었지만 FCA의 부채 부담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엔 미국 파트너리 지분 100%를 61억달러에 사들였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져 24%의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엑소르의 부채 규모가 41억달러(지난해 9월 기준)까지 불어났다. 이 베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엘칸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현금이 필요하면 언제든 다른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시장은 다소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미디어산업에도 관심이 많다. 아넬리 가문이 100년 넘게 소유해 온 이탈리아 언론사 라 스탬파를 경쟁사 라 레푸블리카와 합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지분 43%도 사들였다. 특히 지난해 법인세율이 더 낮고 경영권 방어가 용이한 네덜란드로 엑소르 본사를 이전한 결정은 이탈리아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엑소르 지분 7.3%를 갖고 있는 데이비드 헤로 해리스어소시어츠 최고투자담당자(CIO)는 FT에 “엘칸 회장은 포트폴리오에 대해 매우 현대적인 접근법을 취한다”고 말했다. “통상 (회사를 물려받은) 사람들은 특정 자산(대표 계열사 등)에 집착하게 마련인데, 엘칸 회장은 그런 유산에 대한 로열티와 거리를 두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車산업 변화 대응 등 난제 풀어야

지난 10여년간 엑소르의 핵심 계열사 FCA 경영을 주도한 것은 2003년 피아트에 합류한 마르키온네 CEO였다. FT는 2019년 임기를 마치는 마르키온네만 한 인물을 엘칸 회장이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지금 자동차산업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한때 10만명에 달했던 토리노의 피아트 공장 직원 수는 3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자율주행자동차 등 정보기술(IT) 분야와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핵심 매출처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보호무역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마르키온네 CEO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독일 폭스바겐과 합칠 수 있다는 구상을 넌지시 내놨다. 애널리스트들은 폭스바겐보다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시너지가 더 난다고 평가하고 있다. FCA에 큰 변화가 닥칠 수도 있다.

엘칸 회장이 해결해야 할 난제는 그 외에도 많다. FT는 엘칸이 이대로 오랫동안 경영할 수도 있지만 아넬리 가문의 엑소르 지배(53%)를 위한 상위회사의 이사회 구성상 엘칸이 언제든 가문 내 다른 세력의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수저 자리 지키기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는 이야기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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