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작년말 유소년인구 첫 추월
출산율은 OECD 국가 꼴찌
일자리 줄고 가치관 충돌
'세대 갈등' 새 뇌관으로
[ 마지혜 / 백승현 기자 ] 어린 남자아이 2명이 지하철 객차 양 끝의 세 좌석이 붙어 있는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객차 중간의 일곱 명이 앉는 자리엔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노인들 뒤로는 ‘경로석’ 문구가 보인다.
공익광고협의회가 ‘이런 모습, 상상은 해보셨나요?’라는 제목으로 2006년 만든 공익광고 포스터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 지하철 자리 배치가 달라질지 모른다는 메시지였다.
그로부터 10년, 상상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12월 말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699만5000여명)는 사상 처음으로 만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691만6000여명)를 넘어섰다. 당시 7만9000여명이던 차이는 지난 2월 말 17만8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점점 빨라지는 ‘고령화 시계’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 1965년 88만명에 불과한 만 65세 이상 인구는 2005년 432만명으로 급증했다. 올 2월 말엔 706만여명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만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는 1258만명에서 922만명, 688만여명으로 급감했다.
유엔은 한 나라의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미국은 1942년에, 일본은 1970년에 고령화사회가 됐다.
문제는 속도다. 통계청은 1997년 장래인구추계에서 고령사회가 2022년, 초고령사회는 2032년 올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00년 추계에선 고령사회 진입 시기가 2019년으로, 초고령사회 진입은 2026년으로 각각 3년·6년 앞당겨졌다. 2015년 전망에선 2018년 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또 바뀌었다. 2월 말 13.7%를 기록한 고령인구 비율은 이르면 내달 말 14%를 넘어설 전망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가 되는 데 불과 17년 걸리는 셈이다. 일본은 24년, 미국은 73년, 프랑스는 115년이 걸린 일이다.
◆수명 느는데 출산율은 바닥
빠른 고령화는 기대수명(출생 시 기대여명)이 급증한 결과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60년 52.4세에서 2014년 82.4세로 54년간 30세나 늘었다. 연평균 0.56세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연간 사망자 수를 뜻하는 사망률은 1983년 637.8명에서 2015년 541.5명으로 줄었다.
출산율 하락도 맞물렸다. 한국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1970년까지만 해도 4.71명에 달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산아 제한정책을 펼 정도였다. 출산율은 정부의 가족정책과 초혼연령 상승, 미혼율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5년 1.22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엔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세대 갈등 ‘발등의 불’
급속한 고령화로 청년세대와 노인세대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면서 한정된 일자리와 연금 등은 세대 간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월 성인 2000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83.6%가 ‘세대 갈등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탄핵정국에서 나타난 가치관 차이도 세대 갈등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각 세대의 경험 차이를 드러냈다”며 “자신과 다른 궤적을 걸어온 세대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혜/백승현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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