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굴복시킬 효과적인 '소프트전략', 미중간 무연탄 거래

입력 2017-04-06 19:00  



(뉴욕=이심기 특파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견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압박전략으로 미국의 석탄을 중국이 수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방안은 미중간 무역마찰을 피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포린 폴리시(FP)는 최근 ‘미국의 석탄산업이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구축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백악관은 북한의 도발적인 미사일 실험을 억제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결정적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북한에 가장 효율적인 경제적 압박은 북한산 석탄의 수입을 전면금지하는 것이다. 북한 총수출의 3분의 1에 달하는 석탄 수출의 금지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

문제는 북한의 무연탄에 의지하는 중국의 철강산업이다. 북한의 무연탄은 탄소 함량이 높고 불순물이 적어 중국의 철강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지난해 북한은 중국 무연탄의 약 80 %를 러시아, 호주 등 경쟁국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유엔이 지난해 3월 대북제재의 방안으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북한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금지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주의 목적에 한해 허용한다는 등의 이유로 흐지부지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중국의 대북 무연탄 의존도를 풀 대안을 미국이 제시할 수 있다. 미국의 석탄산업은 고사직전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너무 낮아 경쟁에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높은 해외, 특히 중국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은 미국산 석탄을 ‘다소’ 비싼 가격에 수입하더라도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완화라는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미중간 경제력 협력과 대북 압박효과를 높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이 방안이 지금껏 채택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북한산 무연탄의 품질 경쟁력에 맞설 수 있는 무연탄이 미국에 있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의 석탄은 갈탄과 역청으로 이뤄져 주로 발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가장 큰 무연탄 광산이 밀집한 펜실베니아에서 북한산에 대응할 수 있는 고품질의 무연탄이 70억톤 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간 석탄교역을 합의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대북압박이자 양국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게 이 글의 주장이다. 미국산 석탄을 수입하는 것이 북한산보다 10억달러의 비용이 더 들지만 북한 붕괴로 인한 대량난민사태 발생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감당해야 할 부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버려진 광산을 개발함으로써 펜실베니지아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정치적 성과를 갖게 된다.

이 기고문은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과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국제안보분석연구소(IAGS)의 갈 루프트 이사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한 전문가는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이같은 창의적 해법을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제시해 미국가 중국을 끌어들이는 적극적인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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