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먼지는 터는 게 아니라 떠는 거죠"

입력 2017-04-07 16:29  

먼지떨이식 수사’에서 ‘-식’은 ‘방식’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그러니 도구(사물)인 ‘먼지떨이’에 붙는 것은 어색하다. 행위(동작)를 나타내는 ‘먼지떨기’에 붙을 때 자연스럽다. 정리하면 ‘먼지털이식 수사’는 다 틀린 말이다. ‘먼지떨기식 수사’라고 해야 바른말이다.


언론에서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먼지털이식 수사’다. 검찰의 수사행태를 비유적으로 꼬집은 말이다. 검찰에서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혐의 대상자를 샅샅이 뒤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무심코 보아 넘기기도 하지만 어법적으론 온당치 않은 표현이다. 우선 우리말에는 동사 ‘털다’와 비슷한 ‘떨다’가 있다. 따라서 ‘먼지털이식 수사’에서 그 말의 적정성 여부를 살펴야 한다.

그 다음 ‘먼지털이’는 ‘털다’를 명사형으로 바꿔 쓴 말인데, 우리말에는 이 경우 ‘털이’와 ‘털기’ 두 가지가 있다.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말이 되는지’가 결정되므로 이 역시 따져봐야 한다.

‘먼지털이식 수사’는 틀린 말

‘털다’와 ‘떨다’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털이’는 동사 ‘털다’에서 온 말이다. ‘털다’의 사전 풀이는 ‘달려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하다’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불을 털다/먼지 묻은 옷을 털다/노인은 곰방대를 털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등을 용례로 보이고 있다. 용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털다’는 어떤 몸체에 달려 있는 무언가를 떨어지게 하기 위해 그 몸체를 흔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턴다’는 것은 먼지가 아니라, 그 먼지가 묻은 옷이나 모자 따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떨다’는 ‘달려 있거나 붙어 있는 것을 쳐서 떼어 내다’란 뜻이다. 가령 ‘옷의 먼지를 떨다/담뱃재를 떨다/그는 모자 위에 쌓인 눈을 떨어냈다’처럼 쓰인다. 몸체에 ‘달려 있는 것’을 흔들어 떼어내는 게 바로 ‘떨다’다. 그러니 먼지는 ‘터는’ 게 아니라 ‘떠는’ 것이다. 구별해 쓰면 ‘옷이나 이불을 털다’고, ‘재나 먼지를 떨다’다. 두 말을 사용해 용례를 보이면 ‘옷을 털어 먼지를 떨어내다’ ‘담뱃대를 털어 담뱃재를 떨다’ ‘쓰고 있던 모자를 털어 쌓인 눈을 떨었다’가 된다. 따라서 ‘먼지털이식 수사’는 틀린 말이고, ‘먼지떨이식 수사’라고 해야 그나마 바른말에 가까워진다.

동작을 나타낼 때는 ‘떨기’라 써

이제 ‘떨이’와 ‘떨기’에 대해 알아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먼지떨이식 수사’는 틀린 말이다. ‘-이’는 ‘사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재떨이, 옷걸이, 목걸이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 동사에 접미사가 붙어 명사가 됐으니 품사 자체가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먼지떨이(총채)’는 먼지나 재를 떠는 도구다. 이를 먼지털이(×), 재털이(×)라고 쓰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기’는 용언 어간에 붙어 그 말이 명사 구실을 하게 하는 어미다. 보통 ‘명사형 어미’라고 부른다. ‘밥을 빨리 먹기’ ‘하루에 한 시간 운동하기’ ‘밤 늦게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다’ 같은 데 쓰인 ‘-기’가 다 그것이다. 이런 말은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얼마든지 만들어 쓸 수 있다. 따라서 먼지나 재를 떠는 행위를 나타내는 말은 ‘먼지떨기’가 된다. ‘-이’와 ‘-기’가 쓰인 예를 들어 보면, 때를 미는 사람은 때밀이, 때를 미는 행위는 때밀기다. 마찬가지로 옷을 거는 수단은 옷걸이, 옷을 거는 행위는 옷걸기가 되고 손톱을 깎는 도구는 손톱깎이, 손톱을 깎는 행위는 손톱깎기다.

‘먼지떨이식 수사’에서 ‘-식’은 ‘방식’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그러니 도구(사물)인 ‘먼지떨이’에 붙는 것은 어색하다. 행위(동작)를 나타내는 ‘먼지떨기’에 붙을 때 자연스럽다. 정리하면 ‘먼지털이(먼지털기/먼지떨이)식 수사’는 다 틀린 말이다. ‘먼지떨기식 수사’라고 해야 바른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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