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랜드마크(landmark)는 원래 탐험가나 여행자 등이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던 중에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오늘날에는 뜻이 더 넓어져 건물이나 조형물 등이 어떤 곳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의미를 가질 때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높고,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키가 큰 한국의 랜드마크 ‘롯데월드타워’가 지난 3일 개장했다. 이번 기회에 세계 최고층 건물들을 순서대로 알아보자.
4위는 알베이트 타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메카에 있다. 높이가 601m다. 3위는 중국 상하이 타워다. 알베이트 타워 보다 31m 높은 632m다. 2위는 일본 도쿄 스카이트리다. 3위보다 겨우 2m 더 높은 634m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높이의 빌딩은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 우뚝 솟은 부르즈 할리파다. 높이가 무려 828m에 이른다. 이것이 끝일까? 2019년으로 미리 가보면 순위가 조금 달라진다. 킹덤 타워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완공되면 모든 순위가 한 계단씩 내려간다. 킹덤 타워의 높이가 1km를 넘는 1007m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류는 왜 하늘을 향해 ‘높이 더 높이’ 건물을 지을까? 먼저 롯데월드타워를 옆으로 눕혀 놓으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보자. 지금의 송파구 잠실 위치에선 롯데월드타워를 옆으로 눕힐 공간이 없다.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할 수많은 업무용 사무실과 주거시설, 상업시설이 옆으로 퍼진다면 어마어마한 넓이의 땅이 필요할 것은 뻔하다. 월드타워를 짓는데 들어간 콘크리트 양이 3500세대의 아파트를 지을 정도라고 한다. 3500세대면 한 마을에 해당한다.
인류는 좁은 땅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호주 개미탑처럼 높이 쌓는 방법이었다. 도심의 땅값은 갈수록 비싸지고 사용 가능한 땅은 태부족이다. 산골 뚝 떨어진 땅에 건물을 지을 수는 있으나 도시는 억지로 형성되지 않는다. 자칫 자원 낭비일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바로 현재의 땅넓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6년여의 공사끝에 등장한 123층의 랜드마크가 그 결과물이다.
롯데월드타워는 단순히 높이만 높은 것이 아니다. 그 속에 하나의 문명을 담고 있다. 엄청난 정보망이 깔려 있고, 사람이 먹고 살며, 지구 곳곳과 연결돼 있다. 즐길만한 문화시설이 있고 먹고 놀만한 시설이 가득하다. 하나의 세계다.
이처럼 높은 빌딩이 가능하려면 인류의 기술이 뒤따라야 한다. 사람을 높이 올려다 보낼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면 고층건물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오티스(Otis)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 발명자의 이름이 아니든가. 철골 H빔을 만든 피터 쿠퍼가 없었다면? 더욱이 물을 끌어올리는 기술이 없었다면 어떨까? 전기는? 공기순환시설은? 화재 방지 시스템은? 경보 시스템은? 빌딩은 이런 모든 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빌딩이 있는 도시는 아름답다는 말이 나온다. 빌딩은 숲속에 있는 단독주택들보다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쓴다.
롯데월드타워로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빌딩 하나가 연 5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말이 ‘빌바오 효과’다. 한국에 ‘롯데월드타워 효과’라는 말이 나오리라 기대해 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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