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맞받아친 경찰
"검찰의 사법권력 독점이 국정파탄 사태 초래했다"
[ 구은서/박상용 기자 ] 문정동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신청사 준공식이 열린 7일. 기념사를 하던 김수남 검찰총장(사진)이 뜻밖의 ‘멘트’를 쏟아냈다.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한 게 검찰”이라는 등의 작심 발언이 이어졌다. 검찰 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거친 공격이었다.
경찰도 곧바로 맞받아쳤다. 같은 날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수사기소 대비, 경찰수사 혁신을 위한 현장 경찰관 대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검찰의 사법권력 독점이 국정 파탄 사태를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과 경찰이 ‘강 대 강’으로 맞붙는 모양새다. 대선판에서 경찰이 15만 경찰 표(票)를 앞세워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면서 전선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5일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경찰 간부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한다며 경찰청 감찰과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김 총장의 발언은 경찰청 압수수색 이틀 만에 나왔다. 그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과거 경찰국가 시대로의 회귀라는 데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경찰은 김 총장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토론회에 참석한 황 단장은 “김 총장이 (경찰국가 시대 검찰의 탄생을 언급하며) 프랑스혁명 이후 검사제도를 얘기했는데 그때의 검사제도는 순수하게 기소만을 담당했고, 우리나라 검사제도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영장청구권 독점을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막고 전관예우를 누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수사권은 경찰이, 기소권은 검찰이 갖는 수사권 조정뿐 아니라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도록 규정한 헌법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검·경 충돌은 더 거칠어지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옹호하고 있다.
경찰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쪽에도 15만 경찰 표를 앞세워 접근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총장 거취조차 불투명한 검찰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은서/박상용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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