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깜짝 실적'] 삼성전자 '반도체 서프라이즈'…LG전자는 '조성진 매직'

입력 2017-04-07 19:01   수정 2017-04-08 06:16

'어닝 서프라이즈' 이끈 반도체 호황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이 선도
1분기 영업이익 첫 10조 육박
"2분기도 호조"…경영공백은 부담



[ 노경목 기자 ]
반도체 호황이 계절적 비수기마저 잠재웠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에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었다.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력 스마트폰 출시 시기가 통상 3월 말이나 4월 초로 잡히기 때문이다. TV도 2분기가 성수기고 에어컨 등 가전도 5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팔려 나간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700억여원에 그친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양상이 다르다.

◆얼마나 벌었길래…

경기를 타는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과 달리 반도체가 실적의 중심이 되면서 생긴 변화다. 전자업계에선 9조9000억원의 영업이익 중 7조3000억원 안팎이 전자부품 사업을 하는 DS 부문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에서 6조원대 초반, 디스플레이에서 1조3000억원 정도의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4조9500억원이던 사상 최대 실적을 1분기 만에 경신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2조원대에 머물렀던 반도체 영업이익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함께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64기가비트 낸드플래시값은 개당 3.56달러로 전달(3.25달러) 대비 9.54% 올랐다. 1월 9.56%, 2월 9.06%에 이어 3개월째 상승세다. PC용 D램 4기가바이트 평균 가격은 작년 5월 말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마이크 하워드 D램 담당 이사는 “스마트폰과 서버를 중심으로 고사양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었지만 공급은 좀처럼 숨통이 트이지 않고 있다”며 “D램 제조업체들의 수익률이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이며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3차원(3D) 낸드로 주도하고 있는 낸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올 6월이면 세계 최대인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3D 낸드가 본격 양산된다.

◆지속 가능할까

전자업계와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2분기에는 더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갤럭시S8의 판매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2분기엔 1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록적인 실적은 지난 2~3년에 걸친 선제적 투자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3년 처음 출시된 3D 낸드는 당초 사업기획 과정에서 수율 등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지만 시장 선도적 전략 차원에서 그룹(미래전략실)이 투자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부터 큰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3D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서버 시장 공략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선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불안감이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과 재판으로 중요한 의사 결정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9조원을 들여 세계 최대 전장(電裝)업체 하만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추진하던 인수합병(M&A)도 전면 중단됐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재용 없어도 돈은 잘 버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시장에 나돌고 있지만, 이는 경영의 속성과 타이밍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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