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효녀 샷'…하반신 못쓰는 아버지께 바친 생애 첫승

입력 2017-04-09 18:18   수정 2017-04-10 06:41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18언더파 우승

사흘 내내 6언더파 몰아쳐…선두 질주 끝에 첫 우승컵
'무관의 신인왕' 아쉬움 씻어

"운전기사로 고생하신 아버지 이제 그만 놓아드리고 싶어"



[ 이관우 기자 ]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딸이 될 게요. 사랑해요 아빠!”

‘무관(無冠)의 신인왕’ 이정은(21·토니모리)이 ‘그린 퀸’에 올랐다. 9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오픈 대회에서다. 지난해 우승 없이 ‘쑥스러운’ 신인왕을 차지한 뒤 간절히 소망하던 한풀이 첫승이다. 이정은은 “그동안 고생하신 아버지를 이젠 그만 놓아드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정은이 네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아버지는 장애인용 승합차를 직접 몰아 이정은을 대회 때마다 골프장에 데려다줬다. 골프를 시작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봤죠?”…해외파 앞에서 무력시위

이정은은 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 스카이·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쳤다. 보기는 1개만 내주고 버디 7개를 쓸어담았다. 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를 친 그는 2위 박성원(24·대방건설)을 4타 차로 따돌리고 프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초청선수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챔피언 김효주(22·롯데), 장하나(25·비씨카드)를 각각 8타, 9타 차로 제친 완승이다.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받은 이정은은 내년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까지 챙겼다. 후원사에서 벤츠 승용차도 보너스로 받는다.

이정은은 사흘 내내 6언더파씩 몰아쳤다. 보기는 단 2개만 내줄 정도로 샷감과 퍼트감이 좋았다. 아이언샷 대부분은 홀컵 주변 5m 이내에 떨어졌고, 이 중 절반은 2m 안에 붙었다. 서희경 프로(SBS골프 해설위원)는 “여자프로에선 보기 드문 백스핀까지 구사할 정도로 샷이 강력하다”며 “스윙이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롯데 후원 선수 상위권 대거 점령

이정은의 시작은 2타 차였다. 뒤집기가 가능한 범위였다. 하지만 홀을 거듭할수록 경쟁자들의 추격은 힘을 잃었다. 4번홀(파4) 버디로 3타 차로 달아난 그는 7번홀(파4)에서 1타를 줄이며 4타 차로 벌리더니, 9번홀(파5), 11번홀(파4)에서 잇따라 버디를 추가하며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타수 차는 6타까지 벌어졌다. 이정은은 “아마추어 때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한 경험이 있어 긴장이 심하지는 않았다”며 “내 스타일대로 코스를 차분하게 끊어서 공략하는 전략이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국가대표 출신이다. 대표선수로 대회에 출전하느라 프로 데뷔가 1년 이상 늦었다. 하지만 데뷔하자마자 신인왕에 오른 데 이어 다시 1년 만에 첫승까지 신고하는 등 초고속 질주로 단숨에 동기들을 제치고 차세대 주자 자리를 꿰찼다.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원조 골프 요정’ 김자영(26·AB&I)의 부활이다. 김자영은 최종합계 10언더파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김자영은 2012년 시즌 3승을 올리며 스타 골퍼로 떠오른 뒤 긴 부진을 겪었다. 김자영은 “동계훈련에서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정은과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벌인 이소영(20)이 단독 3위(13언더파)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김효주, 김해림(28)이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대회 주최사인 롯데 소속 선수 3명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LPGA 통산 4승의 장하나는 9언더파 공동 7위로 LPGA 챔프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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