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천막은 광화문 남단 차지
북한인권토크 등 행사 취소 잇따라
[ 마지혜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한 9일. 대통령이 탄핵되고 세월호가 인양되는 등 일련의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두 광장은 여전히 정치 투쟁의 최전선이다.
서울광장에는 대통령탄핵무효국민저항총궐기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 등 보수진영이 설치한 텐트 40여개 동이 두 달 넘게 진을 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통상 3월 초에 심던 잔디를 심지 못하고 있다. 북한여성인권토크콘서트, 사회복지사의날 권리선언 문화제 등 3월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이달에도 봄꽃나무 나눔시장, 지구의 날 행사 등이 예정돼 있지만 열리지 못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국민저항본부 측에 광장 무단 사용에 대한 변상금 3028만원을 부과하고 자진 철거를 압박하고 있다. 불법 점유를 계속하면 강제 철거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저항본부 측은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추모 천막이 사라지는 순간 서울광장 텐트도 즉시 철수할 것”이라며 “광화문 천막은 그대로 두면서 서울광장 텐트만 철거하라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천막 철거도 기약이 없다. 광화문광장 남단은 희생자 추모 천막 14개가 광장의 풍경을 압도하고 있다. 별도의 천막엔 ‘사드 배치 철회’ 등 세월호와 무관한 플래카드도 있다. 통행에 피해가 없는 장소에 설치됐다지만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천막은 서울의 상징이자 시민들의 문화공간을 위협하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우리가 요구하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직 추모 천막을 철거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두 광장 점유는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시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광장 밖’의 목소리는 다르다. 일상의 광장으로 돌려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처를 모르지 않지만 광장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며 “광장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오히려 그들의 상처도 아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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