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입맛 잡은 대구 후추 떡볶이

입력 2017-04-10 18:07  

신전떡볶이, 무서운 확장…매장 수 1위 아딸 추격

대구의 매운 맛 떡볶이, 서울 소비자에겐 신선
교촌·토끼정도 대구 출신

외식 경쟁 치열하다보니 전국구 브랜드 잇단 배출



[ 노정동 기자 ] 1999년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한 프랜차이즈 업체 신전떡볶이가 전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독성 있는 매운맛’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아딸 등 1세대 전국구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가맹점 수는 현재 520개에 달한다.

◆“중독의 비결은 후추”

신전떡볶이는 2008년 서울 진출을 시도했다. 대구와 경북 등에서 100개 매장을 낸 여세를 몰아 서울까지 내달렸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에는 전국구 떡볶이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져 매장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신전떡볶이보다 늦게 창업했지만 이미 수도권에 자리를 잡고 있던 아딸(2003년), 죠스(2007년), 국대(2010년) 등에 밀렸다. 소비자들은 단맛에 기초한 매운맛(죠스), 푸짐한 국물(국대), 다양한 튀김류(아딸) 등 1세대 떡볶이 프랜차이즈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서울 진출은 실패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이런 브랜드가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기존 강자들의 가맹점 수는 줄기 시작했다. 신전떡볶이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맛’을 무기로 다시 서울 진출을 시도했다. 본격적으로 매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기 비결은 후추에 기반을 둔 매운맛이다. 신전떡볶이 관계자는 “다른 떡볶이와 차별화하기 위해 몇 년간 소스를 개발했다”며 “소비자들이 신전떡볶이를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도록 온라인 등 다른 방법을 통한 유통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는 매운맛 떡볶이로 이미 유명한 지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추장과 고춧가루 등 일반적인 방법으로 매운맛을 내는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는 1970년대 신천시장을 중심으로 후추를 조리법으로 쓰는 떡볶이가 생겨나 나름대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한 맛이 서울 지역 소비자들에겐 신선하게 다가간 셈이다.

◆프랜차이즈 천국 대구

신전떡볶이 이전에도 대구·경북에서 시작한 여러 프랜차이즈가 전국구 업체로 성장했다. 치킨업계에선 교촌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멕시칸, 멕시카나, 처갓집양념통닭 등이다. 서가앤쿡(양식), 미즈컨테이너(양식), 토끼정(퓨전요리), 매스커피(커피전문점) 등도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대구는 전국에서 외식 프랜차이즈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 업체는 400여곳이다. 전국 3500개 프랜차이즈 업체의 11% 이상이 이 지역에 있다. 서울·경기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다. ‘한국의 외식 트렌드를 알려면 대구에 가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대구 지역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대구는 다른 곳과 달리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이나 기업이 부족해 외식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 음식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구·경북 지역 음식은 특색이 없다 보니 매운맛은 좀 더 맵게, 단맛은 좀 더 달게 하는 방법으로 조리법이 발전했다. 이런 특이한 맛이 다른 지역 소비자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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