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호 기자 ] “모험 투자를 늘리려고 해도 다른 기업금융 업무에 미치는 불이익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한 대형 증권사 사모펀드(PEF) 운용 담당자는 10일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정책과 증권업 규제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행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가 PEF 운용(GP)을 맡을 경우 투자 지분에 관계없이 해당 PEF를 계열사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PEF가 10%를 초과해 투자한 회사의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를 맡을 수 없다. 공모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려 할 만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해석해서다.
문제는 PEF 운용이나 IPO 업무에 적극적인 대형 증권사일수록 상호업무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해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는 대부분 IPO 주관 실적 상위 업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잠재력이 있는 초기 기업에 투자해 IPO까지 맡는 기업금융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푸념했다.
증권사들은 GP라 하더라도 PEF 지분이 미미하면 이해관계가 개입할 소지가 없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GP와 LP(PEF 출자자)가 1 대 9 비율로 투자한 PEF가 비상장사 지분 30%를 사들인 경우 증권사의 실질 투자 지분은 3%(10%×30%)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방침은 완강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GP 지분이 아무리 적더라도 투자 의사 결정은 전적으로 GP 소관”이라며 “증권사들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합당한 규제”라고 못 박았다. 금융투자산업 목소리를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불만을 듣고 있다”면서도 “규제 완화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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