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은 불량정권"…단독대응 움직임
중국 외교부 "중국군 북한 접경 배치설은 거짓"
전문가들 "미국·북한 한쪽만 오판해도 재앙"
[ 워싱턴=박수진 / 베이징=김동윤 기자 ]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제타격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옵션을 준비하라”고 강(强) 대 강(强) 대응을 지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 한쪽만 오판해도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북한, 제2의 시리아 되지 말라”
LA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오는 15일 김일성 전 주석의 105주년 생일(태양절)을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면서 백악관의 신경이 시리아에서 북한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의 핵심은 ‘다음 차례가 되지 말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가진 불량정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역내 동맹에 대한 북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 배치한 것에 대해 “신중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칼빈슨호는 전투기 60대와 병력 5000명을 싣고, 5척의 이지스 구축함과 2척의 이지스 순양함, 2척의 핵잠수함 등의 호위를 받는 전략자산이다. 웬만한 국가의 군사력에 맞먹는 위용으로 전쟁 발발 시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공격 능력을 갖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 북핵에 단독 대응할 수 있다고 거듭 언급했다.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해 얻은 것이 없다는 점, 그리고 6일 시리아 공습으로 동맹국과 미 정치권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등과 맞물려 칼빈슨호의 재배치 결정은 더욱 이목을 끈다. 빌 클린턴 정부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선제타격을 검토했던 1994년 북핵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점차 힘이 실리는 이유다.
◆중국 “한반도 긴장 고조 행동 안 돼”
중국 정부는 북한 핵 문제 관련 당사국들에 자제를 촉구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항공모함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관련된 나라들은 자제를 유지해야 하고,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화 대변인은 미국이 시리아 공격을 통해 북한에 모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우리는 각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각국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화 대변인은 이어 북한에 만약의 사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중국군이 북·중 접경 지역에 대거 이동 배치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일본 산케이신문 등의 보도와 관련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며 “이전에도 비슷한 보도가 적지 않았는데 모두 가짜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북한·미국 누구든 오판하면 큰 재앙”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조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미군이 압도적 공군력으로 이라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걸프전 이후 ‘말 그대로’ 국제사회에서 숨어 버렸다”며 “김정은도 같은 길을 걸을지는 모르겠으나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후 김정은 정권 수뇌부가 미국의 공격 가능성을 더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어떤 나라든 국제적 규범과 합의를 깨거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타국에 위협을 준다면 어느 시점엔가는 (미국의) 대응이 시작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지만 북한 정권의 교체를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현재로서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 스스로 변화에 나서는 게 좋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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