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방서 몰리던 전세수요 감소
중곡·명일동 빌라촌 타격 우려 목소리
대치동·목동 '학군 강자'들은 무덤덤
어차피 내신이 더 중요해지는 추세
학원가 잘 갖춰진 동네 선호 예상
[ 이정선 / 선한결 기자 ]
유력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 등 교육개혁 공약을 내걸면서 부동산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택의 매매, 전세가격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교육정책인 까닭이다.
내신성적 비중이 높아진 뒤 인기가 시들해진 서울 강남, 목동 등 전통학군 지역과 학군 수요가 많은 외고 주변 다세대·연립주택에 어떤 변화가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외고·자사고 빌라시장은 타격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외고·자사고 신설 금지와 일반고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교육 공약도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외고·자사고 선발권을 박탈하고 추첨으로 학생들을 뽑는 방안을 제시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교육정책은 일반고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는 이 같은 교육개혁이 현실화된다면 외고·자사고 주변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시장 등이 약세를 띨 것으로 예상한다. 도심과 멀고 기숙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외고·자사고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강남이나 지방에서 오는 학생들의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학군과 부동산’을 주제로 투자강의를 하는 A씨는 “기숙사가 없는 서울 대원외고나 용인 외대부고 주변 지역 등이 교육정책 개혁으로 타격을 입을 후보지”라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에선 새학기 시작 전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빚곤 한다.
대원외고 바로 앞 빌라촌에 있는 중곡동 A공인 대표는 “그동안 학생들이 통학용으로 전세로 입주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교육정책이 바뀌면 수요가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목동 등 전통학군 반색(?)
외고·자사고 폐지가 서울 대치동, 목동, 중계동, 분당신도시 등 이른바 ‘전통학군’ 지역의 부동산시장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고나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쏠리던 일부 학생이 거주지와 가까운 해당 지역의 일반고를 선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학원계 관계자는 “고교 서열화를 없애겠다는 대선후보들의 교육개혁 정책이 자칫 인기가 주춤하던 전통학군 주변의 아파트값만 더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내신 비중 증가, EBS 수능출제 연계 등으로 강남권 등의 교육 프리미엄이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겨울방학철 학군 수요는 눈에 띄게 줄었다.
강남구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09%, 올해 1월 0.05%, 2월 0.03% 등이었다. 2년 전 겨울방학 수요는 2014년 12월 0.27%, 2015년 1월 0.53%, 2월 1.18% 등으로 훨씬 높았다. 양천구도 올해 1월 전세가격 상승률이 0.04%인 데 비해 2014년 1월엔 1.51%로 거의 40배 차이가 난다.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전통학군의 명문고 진학이 대학 입시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EBS 방송, 내신 강화 등으로 부동산시장에 수십년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교육 프리미엄은 이미 크게 반감됐다”며 “교육정책 개혁 역시 전통학군에 대한 호재와 악재 요소를 모두 갖고 있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정선/선한결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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