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논점과 관점] '뮌헨의 교훈'을 돌아보라

입력 2017-04-11 17:30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1938년 뮌헨 협정은 “적의 도발 앞에서 준비 없이 평화를 애걸하면 비극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당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독일 뮌헨에서 아돌프 히틀러 총통과 회담한 뒤 런던으로 돌아와 협정문을 흔들며 “평화가 찾아왔다”고 외쳤다. 체임벌린은 독일인이 많이 살던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랜드를 넘겨 달라는 히틀러의 요구를 들어줬다. 히틀러는 “최후의 영토 요구”라고 했고, 체임벌린은 이 말을 믿었다. 의도는 좋았다. 히틀러발(發) 전쟁의 먹구름을 걷고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협상 환경은 체임벌린에게 불리했다. 히틀러는 차근차근 전쟁준비를 해왔다. 반면 대영제국은 기울어 있었다. 히틀러의 전쟁의욕을 꺾을 만한 무력을 갖추지 못했다. 윈스턴 처칠 의원은 뮌헨 협정을 두고 “노상강도를 당했다”고 맹비난했지만 강도를 막을 힘이 영국엔 없었다. 체코는 강대국들끼리 자국을 해체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히틀러는 6개월도 안 돼 체코의 나머지 지방을 병합한 뒤 폴란드를 침공했다. 뮌헨 협정은 위장된 평화였고, 역사가들은 ‘뮌헨의 교훈’이라고 했다.

북한, 평화 외쳐놓고 핵 개발 지속

한반도 상황은 어떤가. 북한은 1989년 핵시설이 노출된 이후 본격적으로 핵 개발을 진전시켜 왔다. 한국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상관하지 않았다. 외교 전략에 따라 속도조절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한반도에 전쟁 위협은 없다”고 단언했다. 김정일은 보기 좋게 배신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시인,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5㎿ 원자로 재가동 등 수순을 밟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은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보장, 사상·제도를 초월한 신뢰관계 형성 등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후 김정일은 핵실험, 천안함 폭침 등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김정은이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하고 6차 핵실험을 할 징후가 보이자 미국이 선제타격론을 거론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옵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향하면서 ‘4월 북폭설’까지 돌고 있다.

대선후보들 뒤늦게 '안보 마케팅'

정치권이 대선에 매몰돼 안보 위기를 등한시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유력 후보들이 뒤늦게 ‘안보 마케팅’에 나선 양상이다. 그럼에도 안보 공약은 후순위다. 인터뷰를 통해 단발적으로 견해를 나타낼 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을 막겠다”고 했으나 1000여기에 이르는 북한 미사일을 어떻게 방어하겠다는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차기 정부로 결정 이월→북한 핵도발 땐 배치 강행’ 등으로 태도를 바꿔왔다. 문 후보 캠프에선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면서도 균형외교·자주론·대화론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섰다. 햇볕론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당은 반대 당론을 유지해 엇박자를 보여왔다. 보수정당마저 안보 문제를 대선 주요 이슈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다. 북핵 해법을 위한 외교력은 강력한 힘에서 나온다. 힘의 심각한 불균형 상황에서 협상은 밀릴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들이 ‘뮌헨의 교훈’을 새겨봤으면 한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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