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 상용화도 어려워
[ 이지현 기자 ]
“병원발(發) 창업을 촉진하겠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이다. 대학병원 의사 창업이 바이오헬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대학병원에서 각종 임상 연구와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병원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바이오클러스터가 형성되기도 한다. 병원이 생기면 제약사 의료기기업체 등이 주변에 둥지를 틀고 연구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정부의 병원 중심 클러스터 계획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병원이 자회사를 세우지 못하게 하는 규제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의료법에서 병원의 투자와 배당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서다. 의사들이 낸 아이디어를 활용해 기술지주 자회사를 세우더라도 병원이 속한 재단을 통해야 한다. 사학재단 산하인 세브란스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암병원 등은 이 같은 우회 방법을 택했다. 학교재단에 기술지주 자회사를 세우고 이익금은 병원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이 같은 구조를 만들지 못한 병원에서는 의사 창업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채승 고대구로병원 연구부원장은 “의료기술 산업화를 위해 지정한 연구중심병원이라도 자회사 설립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어렵게 자회사를 세워도 산 넘어 산이다. 연구 결과를 상용화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 투자자 등은 의사가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쳐 포기하는 의사들도 많다. 이학종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들은 연구만 한다”며 “대학에서 비즈니스모델 만드는 것을 돕고 자금 조달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들이 돕는다”고 했다. 그는 “의사들은 기술집약적이기 때문에 자금 조달 경험이 없다”며 “이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청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에 헬스케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원도 늘려야 한다. 지난해까지 10개 연구중심병원 중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곳은 두 곳이나 된다. 다른 병원에 배정된 예산도 3년간 533억원에 불과했다. 2011년 미국 MD앤더슨 암센터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연구지원액은 2억6200만달러였다. 임 부원장은 “연구중심병원 10곳이 10개씩 창업해 이 중 10%만 성공해도 상장사 10개가 나올 수 있다”며 “병원 평가를 할 때 창업 점수를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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