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묵인' 우병우 구속영장 또 기각

입력 2017-04-12 00:46   수정 2017-04-12 00:56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의 마지막 거물급 인사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직무유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불출석),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로 우 전 수석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 전 수석에 청구한 구속영장에 이어 50일 만에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재차 기각됐다.

특검과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서 부여받은 직무권한을 넘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신의 의무를 방기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우 전 수석이 구금 상태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아야 할 정도로 혐의가 소명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경찰 등 사정라인을 관리·감독하면서 대통령 주변 비리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우 전 수석은 지난해 가을부터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존재가 알려지고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정황이 드러났지만 청와대 대책 회의를 주도하는 등 사안을 축소·은폐하려 한 혐의(직무유기)를 받았다.

이석수 당시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 내사에 들어가고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의혹 등 자신의 개인 비리 혐의 조사를 벌이자 "감찰권 남용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뜻을 전하는 등 감찰을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도 받았다.

아울러 검찰은 최 씨 이권 챙기기 관련으로 의심되는 'K스포츠클럽' 감찰 계획 수립,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공무원 6명 좌천 인사 요구, 문체부 감사담당관 문책 요구,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 고발 강요 등 우 전 수석의 행위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검찰이 수사에 나섰을 때 수사팀 간부들에게 압력을 가했지만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상황만 파악했다"고 주장한 행위도 위증으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속영장에는 우 전 수석이 지난해 10월 국회 운영위원회의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상 불출석)도 포함됐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모두 8가지다. 'K스포츠클럽' 감찰 시도, 세월호 위증 혐의는 특검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새롭게 적용한 혐의였다.

우 전 수석 구속이 불발에 그친 가운데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대신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 여부가 유무죄 판단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우 전 수석은 최 씨를 비호했다는 혐의와 관련, '최순실의 비위 의혹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 만큼 검찰 측과 한 치 물러섬 없이 법정에서 다툴 것으로 관측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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