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때려치고 DMZ로 '진격'…연 매출 2억 넘는 법대 출신 청년 농부

입력 2017-04-13 16:58   수정 2017-04-14 15:43

한경·네이버가 함께 만드는 FARM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2㎞씩 떨어져 설정된 DMZ(비무장지대)는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입니다. DMZ를 경계로 대한민국과 북한이 각각 수십 만명의 군대를 배치한 채 언제라도 발사할 수 있는 상태로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습니다. DMZ는 우리 나라의 분단과 군사적 대치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DMZ 바로 밑 민간인 통제구역(민통선) 안에서 사과를 기르는 청년이 있습니다. 60년 가까이 사람의 발길이 끊긴 덕분에 자연을 그대로 보전할 수 있었던 무공해 청정지역을 활용하는 거죠. 이 청년에게 DMZ와 민통선 기회의 땅입니다. 올해 서른 살의 이동훈 디엠지플러스 대표(사진) 얘기 입니다. 이 대표는 민통선 안에서 재배한 사과로 과일주스를 만들어 팝니다. 연 매출은 2억원대 중반. 회사 이름도 DMZ를 딴 겁니다.

이 대표는 민통선 안 사과 과수원에 없었습니다. 더농부가 찾아간 이날 그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의 식품관에 있었습니다. 지난해 4월 이 곳에 과일주스 전문점 '파머스 애플'을 차렸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파주시 군내면 DMZ 안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이 대표는 매일 오전 파주 과수원 창고에서 사과를 싣고 와 과일주스를 만들어 팔고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2000그루가 넘는 사과나무에서 수확한 사과를 팔 수 있는 마땅한 판매처를 찾지 못해 몇 년간 가족들과 함께 고민했다"며 "직접 과일주스를 만들어 팔면 사과도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버지 귀농이 미래 바꿔

-원래 농사와 인연이 있었나?

2000년대 중반에 아버지가 은퇴하고 파주로 귀농해 DMZ 안에서 사과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500여 그루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네 배로 불었다. 아버지가 원래부터 농사를 지었던 분도 아니고 파주가 사과로 유명한 지역도 아니라서 수확한 사과를 파느라 몇 년 동안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사과가 가득 찬 냉장 창고를 바라보면서 한숨만 푹 푹 쉬시는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나도 뭔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생 때 사과 수확 체험 행사를 열자고 아버지께 아이디어를 말씀드렸고 실제로 체험객을 모아 직접 안내했다. 그때 처음 농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졸업 이후 진로를 농업으로 정하게 된 과정은?

대학 전공은 법학이지만 학교 다닐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1학년 땐 사법시험을 볼까도 생각했지만 로스쿨도 생긴다고 해서 한두 번 시험을 본 다음에 깔끔히 마음을 접었다. 대신 학교에 있는 창업동아리협의회에 들어가서 각종 창업대회와 공모전에 도전했다. 2014년에 했던 공모전 중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해서 새로운 관광사업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대회가 있었다. 수 십 년 동안 개발이 안 돼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남아있는 비무장지대 특성을 활용하면 좋은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DMZ 안에 있는 아버지 농장에 체험객들을 끌어들였던 경험을 살려 농가 수확 체험, 요리교실, 안보관광을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상만 받고 끝내지 말고 실제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농업회사법인을 세워 농업에 뛰어들었다.

'소뿔도 단 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이 대표는 상을 받은 그 해 바로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DMZ라고 하면 휴전선과 군인들만을 떠올릴 때 '대한민국에 DMZ만한 무공해 청정지역이 없다'는 역발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DMZ에서만 할 수 있는 건 뭘까

DMZ 인근에 있는 사과 과수원의 위치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아 '재미있는 비무장지대(DMZ)'라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홍보와 체험객 유치에 나섭니다. 농장 한 켠에 컨테이너를 한 동 들여놓은 뒤 '베짱이 학교'라는 이름으로 요리 체험 교실을 열었습니다. 민통선 안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아빠들이 바비큐 등을 만들며 '요리 경연대회'를 여는 동안 엄마와 아이들은 족욕을 즐기거나 사과를 직접 수확해보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DMZ와 가까운 이색적인 힐링 공간이란 점을 내세워 가족 단위 체험객뿐 아니라 기업 워크숍 행사도 유치해 나갔습니다. 사업 첫 해이던 2014년 과수원을 찾은 방문객은 1500여 명. 2015년에는 방문객이 2000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창업 2년 차인 2015년 이 대표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습니다. 과일주스 전문점 파머스 애플의 첫 매장을 경기 고양시에서 연 것입니다.

-과일주스 전문점을 열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베짱이 요리 교실과 수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좀 나아지긴 했지만 수확한 사과를 모두 다 판매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판매처를 어떻게 뚫을지 고민하다가 '내가 직접 과일주스 가게를 하면서 과수원에서 수확한 사과를 사가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직접 재배한 사과를 갖다 쓰니 과일주스 원가도 낮출 수 있을 거 같았다. 다른 가게보다 더 맛 좋고 건강한 주스를 내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농민이 운영하는 업체가 대형 아울렛에 입점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고양시에 있는 쇼핑몰 한 곳에 2평 남짓한 작은 가게를 냈다. 목이 별로 좋지 않아서 매출은 적었지만, 손님들의 평가는 굉장히 좋았다. 과수원에서 사과를 직접 가져다 쓰니까 물과 설탕, 시럽을 섞지 않고 사과만 갈아서 주스를 만들 수 있었다. 400㎖가 좀 안되는 사과주스 한 잔을 사과 두 개 반을 갈아서 만든다. 다른 데선 우리처럼 했다간 망한다.(웃음) 키위나 딸기, 레몬주스에 사과를 갈아서 음료 베이스를 만들기 때문에 우리 가게에서 파는 주스엔 물과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손님들이 블로그에 칭찬하는 글을 많이 올렸는데 그런 글을 보고 유통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지난해 4월에 아울렛 식품관에 입점할 수 있었다.

◆더 부가가치 낼 수 있는 주스 사업 도전

이 대표는 과일주스 가게를 열면서 아버지의 귀농 이후 10년 가까이 고민이었던 사과 판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수원에서 수확한 사과의 60~70%가량을 과일주스 가게에서 안정적으로 소비하기 때문이죠. 본인의 농장뿐 아니라 주변 과수원에서도 상당량의 사과를 사들이기 때문에 동네 이웃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표가 과일주스 가게를 통해 얻는 연 매출은 2억 5000만 원 정도입니다. 2014년 사업에 뛰어든 첫해 거뒀던 매출이 6000만 원인 걸 생각해보면 짧은 기간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이달의 6차산업인'으로도 선정됐습니다. 과일 생산과 가공, 판매, 체험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디엠지플러스의 사업 모델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을 물었습니다.

“농업이야말로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자재가 얼마나 다양합니까. 정부도 농촌 살리기를 위해 많은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IT분야 창업과 똑같이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도전하세요.”

이 대표는 앞으로 당분간 파주 민통선 지역 안에서 새로운 농촌 관광·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농촌이야말로 젊은이들이 뛰어들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FARM 에디터 홍선표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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