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복지 포퓰리즘'
문재인, 기초연금 최대 30만원으로…안철수, 최대 40만원으로 인상 추진
구체적 비용추계는 내놓지 않아…"기존 복지제도 포기 대가 치를것"
국민연금·건강보험 재정 고려없이 "부담은 낮추고 혜택 늘리겠다"
문재인·유승민, 아동수당 월 10만원…안철수, 육아휴직 석달간 임금 100%
[ 박종필/이정호 기자 ]
복지공약은 ‘양날의 칼’이다. 잘 짜인 복지공약은 청년과 중·장년층 등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를 얻지만 장기 재원마련책 없이 당장의 표심만 자극하는 엉성한 공약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란 비판에 직면한다.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도 각 당 후보들은 기초연금 지급 확대 등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매머드급 복지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한경 대선공약 검증단 소속 전문가들은 뾰족한 재원대책이 결여된 복지공약은 재정 부담만 키워 결국 국가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노인층 표 겨냥한 기초연금 확대 공약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공통적으로 기초연금 지급 확대를 공약했다.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보장 개념의 지원책이다.
문 후보는 지급액을 월 최대 30만원으로 높이고, 지급 대상도 소득하위 80%로 넓히는 안을 제시했다.
안 후보(국민의당 국가대개혁위원회) 측은 지급액을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문 후보 공약은 2022년까지 매년 11조4800억원(국민연금 연계조항 삭제 시)의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두 후보는 재정지출 구조조정과 필요시 증세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원칙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비용추계는 내놓지 않았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복지 제도를 상당 부분 손질하고 포기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실현할 수 있는 공약”이라며 “지속 가능하지 않은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선물만 뿌리고 비용 지불엔 뒷짐”
국민연금 기금과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공약도 문제다. 대부분 후보들이 ‘부담은 낮추고 혜택은 늘리겠다’고 주장한다. 문 후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재직기간 소득 대비 은퇴 후 연금액 비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비급여 항목을 포함한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설정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은퇴자가 받게 될 국민연금 수급액을 현재 35만원 수준에서 80만원까지 끌어올리고, 의료비 본인 부담률을 20% 이하로 낮추는 공약을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암치료비와 어린이병원비는 100%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연금 수령액을 늘리려면 보험료를 대폭 올려야 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며 “국민에게 선물만 뿌리고 그 비용 지불은 나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육아급여 인상…고용보험 재정 악화”
문 후보는 또 아동수당을 신설해 만 6세까지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여성들도 국가로부터 출산수당 150만원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육아휴직 3개월간 임금 100%(현재는 통상임금의 40%, 최대 100만원)를 보장하는 공약을 내놨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2020년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보험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초·중·고교 재학 중인 자녀의 1인당 아동수당을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둘째 자녀 출산 시 1000만원, 셋째 자녀 출산 시 대학교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정책을 내놨다. 김 교수는 “후보들 주장대로 법인세를 올려도 기껏해야 연간 3조원을 더 걷을 수 있을 뿐 공약대로 수당을 지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박종필/이정호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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