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쪽이 빨리 닳고 한쪽 팔 무거우면 초기 증상
[ 이지현 기자 ] “1817년 영국의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파킨슨병을 학계에 처음 보고한 지 200년이 됐지만 파킨슨병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병을 키우다 증상이 심각해진 뒤 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습니다.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합니다.”
김희태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장(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마비가 오고 떨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이 질환이 있으면 행동이 늦어지고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옷 입기, 세수하기, 식사하기 등의 행동을 할 때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질환으로 불린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파킨슨병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5만4121명이던 65세 이상 고령층 파킨슨병 환자는 지난해 8만793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국민 의료비 부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김 회장은 “파킨슨병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워 직장을 그만두는 환자도 많다”며 “이 때문에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지고 사회 경제적 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지원과 인식은 높지 않은 편이다. 전국 주요 대학병원 파킨슨병 환자와 보호자 8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파킨슨병 환자에게 증상이 생긴 뒤 병원을 찾기까지 평균 9.4개월이 걸렸다. 고령층에게 질환이 나타나기 때문에 병이 있어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기는 환자가 많아서다. 병원을 늦게 찾으면 질환 치료가 어려워지고 증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을 이해하고 증상이 보이면 즉시 치료해야 한다. 파킨슨병 전 단계에 가장 흔한 증상은 잠꼬대다. 김 회장은 “심한 잠꼬대 증상을 갑자기 보이거나 냄새, 맛 구분을 하지 못한다면 질환 전 단계일 수 있다”며 “이런 증상은 대개 질환이 시작되기 수년 전부터 나타난다”고 했다. 변비 피로감 등도 대표 증상이다. 한쪽 팔이 무겁고 신발이 한쪽만 빨리 닳는 것도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걸을 때 한쪽 다리가 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다른 노인성 질환에 비해 경제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40~50대에 증상이 시작되는 환자가 많다. 가족의 부양 부담도 크다. 단순한 인지장애 증상뿐 아니라 보행이나 생활장애 증상도 함께 호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지원은 많지 않다. 노인성 질환자를 보살피는 돌봄 서비스 등이 치매 질환을 중심으로 꾸려진 탓이다. 김 회장은 “파킨슨을 치료하는 도파민제를 복용하면 고집이 세지고 환각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며 “환자가 보살펴줄 가족이 없는 낮 시간에 잠을 자고 가족이 귀가한 뒤 잠에서 깨면 환자와 가족 사이에 생활 리듬이 달라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파킨슨병 환자가 낮 동안 입원할 수 있는 데이케어 센터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보호자가 환자의 특징을 이해하고 잘 보살필 수 있도록 교육하는 시간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김 회장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가 자신을 평가하는 주변의 시선”이라며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 ‘왜 그러냐’는 질문보다 ‘나을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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