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5월 9일 선출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쉽지않은 출발이다. 당선과 동시에 취임하는 새 대통령 앞에 놓인 길은 ‘장미빛 탄탄대로’가 아닌 ‘가시밭길’이 예고돼있다. 북핵문제와 중국과의 사드 갈등, 경제 활성화 등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하지만 대내외 여건은 녹녹치 않다.
누가 집권하든 여소야대다. 게다가 2개월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이 생락돼 준비없이 맞는 정권이다. 그런 만큼 차기 대통령에겐 난국을 극복하고 성공하기 위한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협치와 포용, 탕평 인사, 설득의 리더십, 권한 이양을 통한 효율적 정부 운영, 자유 시장경제 원칙, 중단 없는 개혁을 통한 국가 개조, 굳건한 안보 의지, 균형잡힌 실리외교 추진 등 8가지는 최소한의 성공조건이다.
?협치와 포용=새 대통령은 당장 별도의 검증 과정 없이 새 내각을 구성하고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두달간의 준비과정을 거친 박근혜 정부도 조각에 50여일이 걸렸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이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내각을 구성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릴수도 있다. 협치와 포용의 리더십 없인 국정운영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와 국회가 더 자주 만나 모든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김원기 전 국회의장)는 주문은 그래서 나온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도 포용의 리더십은 필수적이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드러난 죄에 대해선 책임을 묻되 용서하고 화합하는 접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탕평·화합인사=인사는 만사다. 맞는 말이지만 역대 정권의 인사는 망사(亡事)가 됐다.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논공행상 인사’로 얼룩졌다. 혈연 지연 학연을 따지고 니편, 내편을 가른 편가르기 인사의 불행한 결말이었다. 새 대통령은 논공행상을 배격하고 최고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한다(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상대 선거캠프에 가담한 인사라도 국가에 필요하다면 과감이 발탁하라는 주문이다. 특정 지역의 쏠림과 소외가 없도록 탕평·화합 인사는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설득의 리더십=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는 불통의 결과였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권과의 소통에 무심했다. 결국 야당과 일방통행식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사활을 걸었던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법 등 어느 것 하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새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정례화해 협조를 구하고 양보할 것은 과감이 양보하는 등 야당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반대파를 얼마나 안심시키고 포용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김형오 전 국회의장)는 것이다. 야당 뿐만이 아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포퓰리즘 정책 보다는 국가 장래를 위해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설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도 나온다.
? 권한 이양 통한 효율적 정부 운영=대통령 1인이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로는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시대다. 외교와 안보 등은 직접 챙기되 경제 등 내치분야는 권한을 과감히 장관들에게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처의 인사권까지 장관에 넘기는 ‘책임 장관제’를 도입해볼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장관이 책임지고 부처를 운영하게 하되 성과로서 평가하고 책임을 물으면 된다. 이를 위해 대통령과 장관들이 국정운영 철학과 비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총리에게 헌법에 따른 내각 결성권과 해임권을 행사하게 해 행정부를 정상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경제 원칙 견지=경제 성장과 분배, 양극화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정치논리 보다는 자유시장경제 원리로 풀어가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기업 정서에 기대거나 포퓰리즘적인 접근은 시장을 위축시켜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어서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정부의 개입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경제 활성화로 저성장을 극복하고 성장의 파이를 키워야 분배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개혁 통한 국가 개조=교육 노동 서비스 등 각 부문의 개혁을 통한 국가 개조는 쉽지않다. 기득권층의 저항이 거센데다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표가 걸려있다. “새로운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선 정치개혁이 필요하다”(정의화 전 국회의장)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고용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동개혁이 필수이고, 서비스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교육의 정상화 없이 국가의 근본이 바로설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있다. 결국 기득권에 막혀있는 이들 분야의 개혁을 완수하는 것은 새 대통령의 강력한 소신과 철학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굳건한 안보 의식=국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굳건한 안보는 지도자의 원칙과 철학에서 나온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발과 대화하는 북한의 화전 양면전술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지난 20여 년간 진보와 보수 정권이 냉·온탕을 오가는 사이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군사력을 키웠다. “흔들림 없이 단호한 대북 정책을 펼 때 북핵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조언이다.
?균형잡힌 실리외교=우리 외교의 가장 중요한 축은 한·미동맹이다. 한·미 동맹이 전제되지 않은 실리외교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친중노선의 실패가 그 교훈이다. 미국의 의심을 사며 중국에 다가섰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사드 갈등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중국과의 대화에 나설 때 실리외교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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