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탕평 인사 - 상대후보 인사라도 능력 있으면 발탁
(3) 설득의 리더십 - 야당 대표 자주 만나 양보할건 하자
(4) 권한 이양하라 - 전권 쥐지 말고 '책임장관제' 도입
(5) 저성장 극복 - 성장파이 키워 양극화문제 해결
(6) 중단없는 개혁 - 소신 갖고 고용·서비스 등 개혁
(7) 굳건한 안보 - 단호한 대북정책으로 북핵 해결
(8) 실리외교 - 선 한·미동맹 강화, 후 중국과 대화
[ 이재창 기자 ]
새 대통령이 5월9일 선출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쉽지 않은 출발이다. 당선과 동시에 취임하는 새 대통령 앞에 놓인 길은 ‘장밋빛 탄탄대로’가 아니라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북핵문제와 중국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경제 활성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지만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누가 집권하든 여소야대다. 게다가 2개월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이 생략돼 준비 없이 맞는 정권이다. 그런 만큼 차기 대통령에겐 난국을 극복하고 성공하기 위한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협치와 포용, 탕평 인사, 설득의 리더십, 권한 이양을 통한 효율적 정부 운영, 자유시장경제 원칙, 중단 없는 개혁을 통한 국가 개조, 굳건한 안보 의지, 균형 잡힌 실리외교 추진 등 8가지는 최소한의 성공조건이다.
(1) 협치와 포용=새 대통령은 당장 별도 검증 과정 없이 새 내각을 구성하고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두 달간의 준비과정을 거친 박근혜 정부도 조각에 50여일이 걸렸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이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내각을 구성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협치와 포용의 리더십 없인 국정운영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와 국회가 더 자주 만나 모든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김원기 전 국회의장)는 주문은 그래서 나온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도 포용의 리더십은 필수적이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드러난 죄에 대해선 책임을 묻되 용서하고 화합하는 접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 탕평·화합인사=인사는 만사다. 맞는 말이지만 역대 정권의 인사는 망사(亡事)가 됐다.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논공행상 인사’로 얼룩졌다. 혈연 지연 학연을 따지고 네 편, 내 편을 가른 편가르기 인사의 불행한 결말이었다. 새 대통령은 논공행상을 배격하고 최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한다(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상대 선거캠프에 가담한 인사라도 국가에 필요하다면 과감히 발탁하라는 주문이다. 특정 지역의 쏠림과 소외가 없도록 탕평·화합 인사는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 설득의 리더십=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는 불통의 결과였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권과의 소통에 무심했다. 결국 야당과 일방통행식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사활을 걸었던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법 등 어느 것 하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새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정례화해 협조를 구하고 양보할 것은 과감히 양보하는 등 야당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반대파를 얼마나 안심시키고 포용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김형오 전 국회의장)는 것이다. 야당뿐만이 아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포퓰리즘 정책보다는 국가 장래를 위해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설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4) 권한 이양 통한 효율적 정부 운영=대통령 1인이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로는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시대다. 외교와 안보 등은 직접 챙기되 경제 등 내치분야는 권한을 과감히 장관들에게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처의 인사권까지 장관에게 넘기는 ‘책임 장관제’를 도입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장관이 책임지고 부처를 운영하게 하되 성과로 평가하고 책임을 물으면 된다. 이를 위해 대통령과 장관들이 국정운영 철학과 비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총리에게 헌법에 따른 내각 결성권과 해임권을 행사하게 해 행정부를 정상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5) 저성장 극복=경제 성장과 분배, 양극화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정치논리보다는 자유시장경제 원리로 풀어가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기업 정서에 기대거나 포퓰리즘적인 접근은 시장을 위축시켜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어서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정부 개입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경제 활성화로 저성장을 극복하고 성장의 파이를 키워야 분배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6) 개혁 통한 국가 개조=교육 노동 서비스 등 각 부문의 개혁을 통한 국가 개조는 쉽지 않다. 기득권층의 저항이 거센 데다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표가 걸려 있다. “새로운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선 정치개혁이 필요하다”(정의화 전 국회의장)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고용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동개혁이 필수이고, 서비스산업이 미래 먹거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교육의 정상화 없이 국가 근본이 바로설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결국 기득권에 막혀 있는 이들 분야의 개혁을 완수하는 것은 새 대통령의 강력한 소신과 철학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7) 굳건한 안보 의식=국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굳건한 안보는 지도자의 원칙과 철학에서 나온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발과 대화라는 북한의 화전 양면전술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지난 20여년간 진보와 보수 정권이 냉·온탕을 오가는 사이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군사력을 키웠다. “흔들림 없이 단호한 대북 정책을 펼 때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조언이다.
(8) 한·미동맹 전제로 한 실리외교=“한·미동맹이 우리 외교의 가장 중요한 축이라는 대원칙을 견지해야 한다”(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한·미동맹이 전제되지 않은 실리외교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친중노선의 실패가 그 교훈이다. 미국의 의심을 사며 중국에 다가섰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사드 갈등이다. 한·미동맹 토대 위에서 중국과의 대화에 나설 때 실리외교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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