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총괄사장 이후 황창규 회장, 8번째 하버드 강연
'성장절벽'에 빠진 통신기업
IoT·빅데이터 기술 차별화로 플랫폼 사업 도약 비전 제시
[ 양준영 / 안정락 기자 ]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알드리치홀 210호. 황창규 KT 회장(사진)이 카림 라카니 하버드경영대학원(HBS) 교수의 소개로 강단에 오르자 석사 2년차 학생 80여명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강의는 황 회장이 2014년 취임 후 이룬 경영 성과와 미래 전략이 HBS의 사례 연구(케이스 스터디)로 채택되면서 마련됐다. 황 회장이 하버드 강단에 선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이었던 2005년 이후 8번째다.
◆하버드서 KT 기가토피아 강연
황 회장의 강의 주제는 ‘KT의 기가토피아(GiGAtopia) 전략’이었다. KT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기가 인터넷, 기가 LTE(4세대 이동통신) 등 기가토피아 전략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가토피아는 지능형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5세대(5G) 인프라 강화와 미래 융합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게 핵심이다.
황 회장은 유창한 영어로 지난 3년간의 전략 추진 과정을 자신의 경영 철학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설명했다. KT의 변화상이 동영상으로 소개되자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국내 통신사의 전략이 HBS의 사례 연구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BS 교수진은 글로벌 통신업계가 ‘성장 절벽’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한국 통신기업이 네트워크 본연의 가치를 높여 성장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가토피아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황 회장은 “위기 타개를 위해 기술 차별화를 선택했다”며 “이는 혁신을 통한 시장선도라는 경영철학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5G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5대 플랫폼 집중 육성
황 회장은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기업공공가치 향상, 금융거래, 재난안전 등 5대 플랫폼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KT의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과 인공지능(AI) 셋톱박스 겸 스피커 ‘기가지니’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기가 인터넷,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등을 준비하며 미래를 대비했다”며 “기가토피아 전략을 통해 글로벌 1등 ICT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KT가 2019년 상용화를 추진 중인 5G 이동통신 표준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경쟁 등에 질문을 쏟아냈다. 황 회장은 “KT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구글과 아마존이 갖지 못한 장점을 활용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KT가 참여한 인터넷은행 K뱅크가 출범 10일 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이를 발전시켜 핀테크(금융+기술), 커넥티드카, 보안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자사의 에너지 신사업도 HBS 케이스 스터디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케임브리지=양준영/안정락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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