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소유자 "보물지정 부결 납득 못 해"

입력 2017-04-17 15:14  


'증도가자(證道歌字)'가 보물로 지정되지 않자 소유자인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대표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화재청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입장이라면 일단 지정을 보류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증도가자 20여 점을 공개한 뒤 "문화재청은 증도가자가 고려시대 금속활자임을 인정하면서도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없다고 결정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문화재청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문화재청 조사 과정에서 관리 부주의로 활자 5점이 훼손됐다"며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되지 않도록 문화재청을 압박한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물 지정 재신청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9월 남권희 경북대 교수의 발표로 일반에 알려진 증도가자는 보물 제758-1호로 지정된 불교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금속활자다. 보물 증도가는 고려시대인 1239년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책으로 이전에 금속활자로 찍은 서적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공인될 경우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 돼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는 13일 열린 회의에서 문화재청이 증도가자 101점의 서체, 주조, 조판(組版, 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분야를 검증한 결과 증도가를 찍은 활자로 보기 어렵고,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보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대표 역시 증도가자의 출처에 대해서는 "출토 문화재의 특성상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한 남권희 교수와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 중 서체 비교와 조판 분야에 대해 반박했다.

남 교수는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 중 금속 성분과 먹의 탄소연대 측정에서는 증도가자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라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재청은 증도가자와 증도가 번각본(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목판으로 다시 새겨 찍은 책)을 비교하면서 조선시대의 여러 금속활자 중 1772년 임진자와 임진자의 번각본만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며 "이는 의도적으로 유사도가 높은 활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증도가는 11명이 나눠 새긴 것이어서 획의 위치와 각도, 굵기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증도가자 가운데 일부는 활자의 크기가 커서 조판이 불가능하다는 문화재청의 연구 결과에 대해 "활자본은 번각본보다 먹선 테두리가 더 크고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며 "증도가 번각본 테두리 중 가장 큰 것에 1cm만 더하면 조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를 공개한 뒤 각계의 의견을 받았지만 남 교수와 유 교수는 반론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처가 명확히 밝혀지거나 고려시대 활자임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보물 지정 신청이 다시 들어와도 검토·심의대상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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