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 최우선 과제
선전시, 대학에 토지·건물 무상 제공 '특혜'
30대 박사에 연구비 600만달러 파격 지원
[ 박동휘/황정환 기자 ]
‘한국대학대표단’의 선전 탐방은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국이 중국을 배우러 왔다”는 말이 언론에 등장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포스텍 등 국내 ‘빅5’ 대학 수장들이 한꺼번에 모여 해외 견학에 나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선전의 발전상은 대학 총장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우습게 봤던 어제의 중국이 아니었다”며 “교무위원들과 함께 다시 와야겠다”고 했다. 선전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비관론도 나왔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국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한탄했다.
◆‘창업하겠다’ 중국이 한국의 6배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 대중이 창업하고 만인이 혁신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창업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이를 가장 잘 구현한 곳이 바로 선전이다. 이번 탐방은 남방과학기술대, 베이징대 선전캠퍼스 등 대학을 비롯해 공급망네트워크 전문업체인 잉단, 세계 1위 드론기업인 DJI 등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짜였다. 5개 대학 수장 외에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도 함께했다.
‘창업 천국’ 선전이 뿜어내는 열기는 실리콘밸리를 방불케 했다. 도전과 창업이 일상화돼 있었다. ‘한국대학대표단’의 대학 총장들도 이를 실감했다. ‘3W 카페’라 불리는 창업거리에서다. 이곳에선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매주 토요일에 자신의 얘기를 발표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며 이들의 생각을 듣고 즉석에서 투자도 한다.
사회학자인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선전 문화가 이미 도전과 창업 지향적”이라는 데 놀라워했다. 그는 “창의재단의 설문조사만 봐도 중국은 대학생 30%가 창업한다고 하는 데 우리는 기껏해야 5%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일한 이공계인 김도연 총장은 “선전에도 수많은 실패가 있을 것이고, 중국 전체로 보면 선전은 예외적인 사례일 것”이라면서도 “도전하고 싶은 이들이 선전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을 국부의 중심으로
‘대학대표단’ 멤버들은 리더의 선견지명과 창업 문화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제도를 선전의 경쟁력이라고 진단했다. 대학을 도시와 산업 발전의 핵심으로 삼았다는 것을 첫손에 꼽았다. 염재호 총장은 “2002년에 선전시가 토지와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해 베이징대, 칭화대, 하얼빈공대를 유치했다”며 “산업을 위해선 대학이 필요하다는 발상을 15년 전에 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선전시는 지금도 인재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시(市)가 전액 설립을 지원한 난팡과학기술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도연 총장은 “조교수 연봉이 7만달러부터 시작하고, 외국인 교수를 영입하면서 제공하는 정착비가 100만달러”라며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인재들이 선전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학 총장은 “난팡과기대 30대 박사가 전자공학과 의료기기 융합연구를 통해 4년간 받은 연구비만 600만달러”라며 “올해로 설립 5년째인 난팡과기대 박사 중 네이처 사이언스 등 굴지 저널에 논문을 내는 이들이 꽤 많다”고 했다.
산학 연구도 활발하다.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BYD 주변엔 모스크바국립대 등 유명 외국 대학들까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세계 1위 드론업체인 DJI는 홍콩과학기술대에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화 수준도 한국을 능가한다. 베이징대 선전캠퍼스는 존슨홉킨스대와 3000병상 규모의 대형 병원을 짓는 중이다.
탐방 말미에 총장들은 국내 현실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염재호 총장은 “한국은 기업도 대학도 규제의 사슬에 묶여 있다”고 했다. 김용학 총장은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어떻게 뽑을지도 국가가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것이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김도연 총장은 ‘평균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중국은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공감대가 형성되면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박동휘/선전=황정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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