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성장' 인도 자동차 시장 겨냥
모닝·프라이드 연 30만대 생산
[ 강현우 기자 ] 기아자동차가 연산 30만대 규모의 인도 첫 공장 부지를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 주(州)로 확정했다. 2019년 완공 예정인 새 공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유럽·중동 수출기지 역할을 한다.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에 기아차 인도 공장이 새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와 안드라프라데시 주정부는 이번주 이 같은 내용의 투자협약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새 공장 부지로 기존 현대자동차 첸나이 공장과 400㎞ 떨어진 아난타푸르시(市)를 낙점했다. 이 지역에는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 40여개와 현지업체 등 80여개의 1차 협력사가 자리 잡고 있다. 포드, 닛산 등도 인근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현지 인프라는 좋은 편이라는 평가다.
기아차는 600억루피(약 1조600억원)를 투자해 올해 하반기부터 연산 30만대 규모 공장을 2019년까지 짓는다. 시장 상황에 따라 400억루피(약 7000억원)를 추가 투자해 60만대 생산 공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 차량은 모닝(경차), 프라이드(소형차), 인도 맞춤형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이다.
계열사인 현대차의 기존 공장이 가동률 100%에 이르렀기 때문에 초기에는 현대차의 크레타 등도 생산할 계획이다.
기아차의 인도 진출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현지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296만여대로 2015년 275만대보다 7.6% 커졌다.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인구가 많고 가계 소득이 늘어나는 추세인 인도가 차세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 13억명의 인도는 1만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294대에 불과하다. 한국(3990대)은 물론 중국(1047대)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하지만 인도는 승용차에 대한 관세가 60%에 이르기 때문에 현지 생산이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에선 현대차만 인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차는 판매망도 없다. 현대차는 남동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시에 1998년 연간 생산량 30만대의 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2008년 같은 지역에 35만대 규모의 2공장을 추가했다. 총 65만대 규모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2015년보다 5.1% 늘어난 50만537대를 판매했다. 처음으로 50만대를 넘겼다. 시장점유율은 16.9%로 일본 스즈키 자회사인 마루티스즈키(139만대·47%)에 이어 2위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인도 시장 점유율 확대 방안을 검토해왔다. 외국인 투자를 통한 제조업 육성, 고용 창출로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모디노믹스’를 내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현대차그룹에 추가 투자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기아차의 인도 공장은 유럽과 중동 지역 수출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 생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현대차 인도공장은 2013년 25만여대를 수출했지만 인도 시장 판매가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수출이 16만여대로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체 해외 생산량 319만대 가운데 인도가 65만대로 20.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인도 투자를 더 늘리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반면 기아차는 지난해 해외 판매분 248만대 가운데 국내 공장 수출 물량이 101만대로 41%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해외공장을 늘리는 데 여유가 있는 편이다.
궁극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인도 시장 공략 확대는 기존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가 인도에서 고급차 브랜드 위상을 다져놨기 때문에 기아차도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브라질 시장과 함께 인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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