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회생 일정
24일 신규자금 2.9조 투입…은행권 3조 규모 RG 재개
상반기까지 출자전환 완료…부채비율 300%로 개선돼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올 1분기 흑자 자신"
[ 이태명/정지은/안대규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회생의 닻을 올렸다. 국민연금공단,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등 주요 사채권자가 정부와 산업은행의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함에 따라 법정관리 대신 자율 구조조정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됐다. 17일 1·2·3차 사채권자 집회에선 99%가량의 압도적 찬성으로 채무재조정안이 가결됐다.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무난히 가결될 전망이다. 정부와 산은은 다음주 초 대우조선 자금난에 숨통을 틔울 2조9000억원의 ‘실탄’을 투입한다. 그동안 꽁꽁 묶여 있던 은행권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다음주부터 재개된다.
숨통 트이는 대우조선
17~18일 사채권자 집회를 마치면 대우조선은 오는 21일 법원에 채무재조정안 인가(認可)를 신청할 예정이다. 법원 인가가 나오면 대우조선은 경영정상화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정부는 24일께 산은·수은을 통해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말 대우조선의 자금 부족액이 91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며 “자금 운용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최대한 빨리 신규 자금을 넣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자금이 투입되면 대우조선은 1300여개의 협력업체·기자재업체에 밀린 대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에 후판(선박제조용 강판)을 공급하는철강업체들도 현금 결제와 은행보증 요구 등을 철회할 예정이다.
산은·수은과 시중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RG 발급도 이르면 다음주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조선업체가 선박을 수주하면 발주사에서 선수금을 받는다. RG는 조선업체의 파산 등으로 계약이 취소되면 은행이 선수금을 돌려주겠다는 보증약속이다.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RG 발급을 꺼리면서 대우조선은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채무재조정안이 사채권자 집회를 통과하면 대우조선은 총 25억달러의 RG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산은이 6억달러, 수은이 14억달러, 시중은행이 5억달러 등의 한도로 RG를 발급해줄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산은과 시중은행은 12억달러 정도의 신용장(LC) 등 한도성 여신도 지원할 예정이다.
출자전환은 6월 말까지 채권자별로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산은·수은이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 전액, 시중은행이 5800억원,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이 7500억원의 채무를 각각 대우조선 주식으로 바꿔준다.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732%에서 300%가량으로 낮아진다.
이제 공은 대우조선으로
은행,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가 모두 고통분담에 나선 만큼 앞으로 대우조선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경남 거제의 옥포단지, 오션플라자 등 불요불급한 자산과 자회사를 내년 말까지 매각해 자체적으로 유동자금을 확보하고 인건비도 지난해 20%에 이어 올해 추가로 25%를 깎아 몸집을 가볍게 한다는 계획이다. 매출도 2021년까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7조원 정도로 줄이기로 했다. 산은은 궁극적으로는 대우조선을 민간기업에 매각해 완전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완전 정상화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장 실적 개선이 급선무다. 세계적인 조선업황 부진으로 수주가뭄이 계속되면 대우조선은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 등에 대한 선박 인도 지연 문제도 풀어야 한다.
다행히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3년 4분기 이후 3년여 만의 흑자전환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이날 사채권자 집회에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소난골과의 1조원 규모 드릴십 인도 협상도 탄력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소난골 측이 이달 드릴십 운영회사를 선정하고 다음달께 용선주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정지은/안대규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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