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윤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7일 뇌물수수죄로 기소되면서 법원은 역사에 남을 뇌물죄 판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법률 이론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측의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주장과 검찰의 ‘공모공동정범’ 이론이 법정에서 치열하게 부딪칠 전망이다.
공모공동정범 이론은 2인 이상이 공모하고, 공모자 중 일부가 공모에 따라 범죄를 실행했을 때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은 사람도 범인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대법원의 1997년 판결(97도1720)이 근거다.
판례에 따르면 대법원은 “비록 전체의 모의 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여러명) 사이에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해 그 의사 결합이 이뤄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가령 조직폭력배 두목이 범죄를 기획하고 조직원들의 범죄 행위를 뒤에서 지켜만 봤더라도 이를 같은 범죄 실행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근거로 직접 돈을 받지 않은 박 전 대통령에게도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하지만 공모공동정범 이론 자체에 대한 반론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반론을 펴는 이들은 “실행 행위를 분담하는 것이 공동정범에서는 필수적이므로, 실체적으로 ‘범죄를 범하는’ 실행 행위 분담이 없는 공모공동정범은 공동정범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입증할 단계가 너무 많다는 점도 법적 공방의 대상이다. 검찰이 이 이론을 적용하려면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공모를 한 사실 △실행에 따른 이익을 나눠 가지기로 사전에 의논한 증거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에 뇌물을 요구한 증거 등을 모두 단계별로 밝혀야 한다. 검찰 출신인 대형로펌 변호사 A씨는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나오거나 당사자 자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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