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중국 공급 OLED가 다르네…LGD, 이유있는 '차별'

입력 2017-04-18 18:14   수정 2017-04-19 05:19

아하! 그렇군요

애플, 캐논도키 증착기로 제작 요구
중국은 가격 저렴한 선익시스템으로

삼성, 캐논물량 대부분 받아가
LG, 국산 증착기 품질 개선에 주력



[ 노경목 기자 ] LG디스플레이가 올해부터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관련 시장의 97% 이상을 장악한 삼성디스플레이에 맞서 차츰 입지를 넓히려는 시도다.

눈길을 끄는 점은 고객에 따라 다른 증착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는 한국 업체인 선익시스템, 애플에는 일본 업체인 캐논도키의 증착기를 사용해 생산한 OLED 패널을 공급한다.

증착기는 OLED 생산의 핵심이다. 스마트폰용 OLED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이미드라는 소재 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를 붙이고, 여기에 색을 표현하는 OLED 입자를 덧입혀 만든다. 이 과정에서 증착기는 OLED 입자를 덧입히는 역할을 한다. 온도 등 제작 조건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힘들게 입힌 OLED 입자가 갈라져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길이만 100m 안팎의 거대 장비로 가격이 대당 수천억원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 구미 E5 라인에 선익시스템의 6세대 OLED 증착기를 설치했다. 파주 E6 공장에는 최근 캐논도키 증착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가 서로 다른 증착기를 사용하는 것은 애플의 까다로운 요구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LG디스플레이 측에 자신에게 공급할 OLED를 캐논도키 증착기로만 만들어 달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글로벌 하청업체를 상대로 부품 공정 단계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일이 밟아줄 것을 요구하는 관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논도키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007년 OLED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때부터 증착기를 공급해왔다. 이 때문에 캐논도키 증착기로 생산한 OLED는 상대적으로 품질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LED에 중국 업체들이 비싼 값을 치르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다. LG디스플레이가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국산화한 선익시스템의 증착기 가격은 캐논도키 증착기보다 싸다. 그만큼 더 저렴한 가격에 OLED를 공급할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 가격조차 아이폰의 50~60% 수준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애플과 동일한 증착기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착기 시장에서 캐논도키가 갖는 우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강점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애플 등을 상대로 높은 품질의 OLED를 공급하려면 캐논도키 증착기가 필수적이다. 삼성은 지난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논도키 일본 본사까지 날아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캐논도키가 생산하는 증착기 대부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에서 받을 수 있는 증착기는 1년에 한 대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BOE 등 중국 업체와 경합해 따내야 한다.

캐논도키에서 물량을 추가로 받기 쉽지 않은 LG디스플레이는 선익시스템 증착기의 생산성과 신뢰성을 하루빨리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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