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공예품 작업장 4000여곳 발품 팔며
작가들 설득해 DB 구축…공예한류 일으키는 게 꿈
[ 임원기 기자 ] 국내에 인터넷이 도입된 1990년대 중반부터 수공예품을 거래하는 웹사이트나 앱이 숱하게 나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왜 그럴까. 국내 최대 수공예품 커머스 앱 ‘아이디어스’를 제작한 백패커의 김동환 대표(사진)는 이에 대해 “정말 좋은 수공예품을 만드는 작가들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2014년 6월 아이디어스를 출시할 때 주변의 반응도 “안 될 거야”였다. 모두들 그랬듯 아이디어스도 실패할 거라는 부정적 반응이었다. 김 대표는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초기부터 고품질의 수공예품을 확보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전국 수공예품 매장 및 작업장 4000여곳을 발품을 팔고 다니면서 작가들을 만나 설득했다. 이렇게 돌아다니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그는 이 제품들을 꼼꼼하게 검증했다. 품질을 테스트하고 실제로 사용도 해봤다. 이런 식으로 검증해 통과한 수공예품만 등록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작가가 대화할 수 있도록 메신저 기능도 붙였다. 소비자들로선 수시로 작가에게 수공예품 주문 등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어서 좋고, 작가들은 고객과 상시 소통하며 관리할 수 있어 유익했다.
좋은 제품이 입점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2014년 7월 앱을 출시하고 1년 반 만에 22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출시 첫달 월 거래액은 76만원에 불과했지만 한 달 만에 거래액이 3배로 늘었고 1년이 지나자 300배로 불었다. 올 들어 월 거래액은 20억원을 돌파했다. 입점한 작가 수는 2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총 5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김 대표가 2012년 백패커를 창업했을 때는 다양한 앱을 개발하는 앱개발사였다. 아이디어스를 출시하기 전까지 1년6개월 동안 39개의 앱을 제작했다. 이 중 푸시중국어, 영어단어장 등 23개 앱이 앱스토어 유료 앱 1위를 기록했다. 그가 아이디어스를 개발한 계기는 6수 끝에 대학 공예과에 입학한 사촌동생을 보면서부터였다. 김 대표는 “매년 2만여명의 공예 전공자가 배출되는 데 이들 중 10%도 전업작가로 활동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품질 좋은 수공예품이 많지만 팔 곳도 없고 사기도 힘들어 장터를 마련해보자는 생각에 아이디어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수공예품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엣시(Etsy)는 나스닥에 상장했고 영국의 러브크래프트(Lovecraft)는 매달 수백만명이 쓰는 수공예품 전자상거래 앱이다. 김 대표는 “한국 작가들이 제작한 수공예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며 “이들이 제작한 제품을 세계 시장과 연결해 수공예품 한류 붐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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