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산업기술단지마다 특성화 기술 너무 많아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경쟁력 확보하기 어려워
대표산업 2~3개로 압축…지역별 허브로 육성해야
[ 이태훈 기자 ]
전국 18개 산업기술단지(테크노파크)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지역별 대표산업을 2~3개로 압축해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내세우는 특성화 기술이 5~6개에 달하는데 이를 줄여 대표산업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는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테크노파크 등 지역혁신기관의 성과 및 발전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테크노파크는 1995년 지방자치제도 실시에 따라 지역별로 거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워진 산업기술단지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공동 출자한 재단법인을 통해 운영한다.
1997년 2개의 테크노파크가 시범 설립됐고 이듬해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며 6곳으로 늘어났다. 현재는 17개 광역시·도에 18개의 테크노파크가 자리잡고 있다. 18개 테크노파크에는 총 1700여개 회사가 입주해 1만8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연간 약 7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테크노파크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노근호 청주대 산학취·창업본부장은 “테크노파크와 비슷한 성격의 기관이 많이 생기며 지역혁신 거점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테크노파크와 기능이 일부 겹치는 대표적 기관이다.
노 본부장은 “테크노파크는 4차 산업혁명을 지역에서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과학·산업·고용정책이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작동되도록 컨트롤타워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지역에 조성된 혁신도시,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연구개발특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이 분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테크노파크가 허브 기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수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 소장은 “지역의 핵심적 특성화 기술 분야를 2~3개로 압축해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지역별로 5~6개의 특성화 기술을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대진테크노파크의 특성화 기술은 신재생바이오에너지, 영상·미디어·문화콘텐츠, 섬유소재, 가구·디자인, LED·디스플레이, 친환경·생물소재 등이다. 노 본부장 역시 지역별 대표산업이 너무 많다는 점을 거론하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대표산업이 많으면 산업당 지원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역 기업에 자유롭고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며 “테크노파크가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테크노파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테크노파크가 산학협력, 기술이전 등을 통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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