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범부처 기구 많아…조직 재정비 먼저"
"바이오 정책 추진할 전담부서 신설" 주장도
[ 전예진/임락근 기자 ]
“여러 부처에 흩어진 바이오정책을 조정할 조율기관이 필요하다.” “바이오혁신 기능을 통합한 전담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19일 ‘바이오헬스 판을 바꾸자’를 주제로 열린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제약바이오산업을 총괄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바이오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자칫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바이오 전담 부서 신설 찬반 엇갈려
정인석 한국바이오경제학회장(한국외국어대 교수)은 이날 ‘바이오헬스 혁신을 위한 정책 거버넌스’라는 주제발표에서 “과거 정보통신부 신설로 정보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결과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올라섰다”며 “바이오혁신부를 신설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공약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정 회장은 “위원회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효과적이고 강력한 혁신 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새로운 부처가 단기간에 다른 부처를 선도할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존 바이오 특위의 기능을 강화해 위상을 높이면 된다”고 했다. 정 회장은 “완벽한 거버넌스는 없다.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결국 관료들이 목표 의식을 가지고 부처 칸막이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정책 일원화 ‘한목소리’
반대 의견도 있다. 이미 바이오헬스와 관련된 범부처 조직이 많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작년 3월 미래창조과학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5개 부처와 함께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안에 설치한 바이오특위가 대표적인 예다. 생명의료전문위원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전략회의 등 복수 범부처 조직들이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면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된 여러 조직이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면서 정책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기존 조직을 재정비하고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전주기적 바이오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기관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했다. 부처 간 이기주의 때문에 전주기 지원체제가 구축되지 않고 최상위 전략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처럼 컨트롤타워 도입해야
이 연구위원은 ‘바이오헬스 혁신시스템 전환과 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바이오헬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책 거버넌스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 일본 등은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개발(R&D) 예산 집행기관을 일원화하는 등 컨트롤타워를 통해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백악관의 과학기술국(OSTP)이 정책조정을 담당한다. 일본은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에 흩어져 있는 기초연구, 임상, 산업화 업무를 전주기적으로 지원하는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2년 전 설립했다. 의료 R&D 예산까지 통합, 관리한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도 전주기 관점의 연구개발, 산업화 정책을 이끌고 싱크탱크 기능까지 갖춘 전담기관을 마련해 부처 간 사업 연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바이오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의견도 제시했다.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 과학기술발전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한 바이오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예진/임락근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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