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보 등 휴머노이드 로봇도 센서 기술에 막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정작 소니를 부활시킨 기술은 카메라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였다. 도시바가 그토록 3차원(3D) 낸드플래시 기술을 확보하려 한 것도 센서와 무관치 않다.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암사를 인수한 것도 센서 기술의 확보가 원인이었다.
반도체가 정보화 시대를 주도했다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시대는 단연 센서가 이끌고 있다. 이미 모바일 휴대폰에도 10개 이상의 센서가 들어 있고 각종 인터넷 전자기기들에도 모두 센서가 들어간다. 지문 인증이나 엘리베이터 감시카메라 등 생활 주위에서도 센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기존 센서는 온도나 압력 등을 측정하고 제어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각이나 촉각은 물론 후각이나 뇌파까지 측정하고 제어한다. 무엇보다 센서 하나로 제품 가치를 낳지 않는다. 센서와 알고리즘, 센서와 통신이 결합해 데이터를 낳는 시대다. 현재 세계 센서 생산량은 연간 1000억개이지만 2023년 센서가 연간 1조개 이상(미국 센서서밋 조사) 생산될 예정이라고 한다. 2020년께 시장 규모만 200조원 이상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IoT 시대에 각종 센서가 발산하는 데이터양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가 말하는 ‘초연결성’이 거기에 존재한다. 이들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새로운 영역이다. 사이버 공간이나 실 공간 할 것 없이 센서를 이용하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작 한국은 적외선 센서와 같은 기본적인 센서도 전량 수입한다. 센서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기까지 최소 15~20년 정도의 긴 시간이 걸린다. 센서는 과학과 기술이 만들어 내는 일종의 예술 작품이다. 하지만 지금 이 기술 확보에 한국만 뒤처진 느낌이다.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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