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규 기자 ] “마트에 붙어 있는 가격표,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시세가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마장동 축산물 도매시장의 진짜 가격을 식당점주 등 실제 육류 사용자에게 알려주자는 생각이 사업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축산물 유통 시장에는 크게 세 주체가 있다. 원래의 생산자나 수입자, 여러 단계의 중간 유통상, 그리고 식당과 정육점 등 B2B(기업 간 거래) 단계의 최종 수요자다. 축산물 B2B 전문 오픈마켓 ‘미트박스’를 창업한 김기봉 글로벌네트웍스 대표(47·사진)는 LG유통(GS리테일)과 아워홈의 축산MD(상품기획자)를 10년간 하며 중간 유통업자 역할을 경험했고, 회사를 나온 뒤에는 미스터보쌈 등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푸디아를 창업해 최종 수요자도 해봤다.
그런데 이상했다. 중간 유통업자가 알고 있는 가격과 최종 수요자가 실제로 고기를 구매하는 가격이 너무 달랐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유통업자들의 카르텔은 생각보다 엄격했다. ‘중간 유통 단계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아예 없애버릴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북대 동기이자 게임회사 웹젠에서 근무한 정보기술(IT) 전문가 서영직 대표와 의기 투합했다. ‘올드 인더스트리’인 축산업에 IT를 입혀보자는 김 대표의 제안에 서 대표도 흔쾌히 수락했다. 김 대표와 서 대표는 2014년 그렇게 미트박스를 창업했다.
▷사업의 핵심은 정확한 가격 정보인 것 같다. 가격을 어떻게 파악하나.
“지금은 거의 주식시장처럼 돌아간다. 가격이 낮다 싶으면 구매자가 몰린다. 그러면 가격이 오른다. 또 가격이 너무 높다 싶으면 판매가 안 되니까 다시 가격이 내려간다. 가격은 보통 24시간 단위로 업데이트하는데 급변할 경우에는 그때그때 새로운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앱만 깔면 날마다 변하는 축산물 가격 정보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기관에서 제공하는 가격은 특정 상품이 아니라 품목별로 나온다. 돼지고기 중 삼겹살은 얼마, 갈비는 얼마 하는 식이다. 그런데 삼겹살에도 종류가 많다. 삼겹살, 뼈 있는 삼겹살, 미박삼겹살(비계 끝에 껍데기가 붙어 있는 것) 등 분류도 다르고 브랜드에 따라서도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미트박스에서는 분류별, 브랜드별 가격을 제공한다.”
▷어떻게 시작했나.
“공급자를 일단 입점시키는 게 먼저였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인맥에 의존했다. MD 시절 인연이 있던 사람들을 무작정 찾아가서 매달렸다. 그러나 대다수는 ‘기존의 유통 관행을 깰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존의 유통 관행이 어땠길래….
“자본과 물류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유통업자들이 쥐고 흔드는 구조다. 수입육을 예로 들어보겠다. 육류가 수입되면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냉동 보세창고에 보관된다. 그 상태에서 유통업자들이 달려들어 원수입자에게서 고기를 산다. t단위로 잘게 쪼개져 전국 각지로 보내진다. 고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며칠이 지나면 주인이 수차례 바뀌고 가격은 몇 배 뛰어 있다.”
▷미트박스의 미래 모습은.
“가격 정보가 계속 쌓이면 결국엔 데이터 비즈니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세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향후 시세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축산업자에게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멋있는 말로 얘기하면 ‘축산업계의 블룸버그’가 되고 싶다. 일반 시세와 추이는 대중에게 모두 공개하지만 이면의 분석은 유료로 팔 것이다.”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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