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투이 지음 / 김현희 옮김 / 니케북스 / 372쪽│2만2000원
[ 김희경 기자 ] 두 남녀가 다정하게 마주보고 서 있다. 어떤 남자의 얼굴이 그들 곁에 덩그러니 크게 그려져 있다. 검은 배경 속 그 남자의 얼굴은 창백하면서 매우 어둡다. 좌절한 듯한 눈빛으로 두 남녀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유화 ‘질투’다. 그림 속 남녀는 뭉크의 친구이자 폴란드 작가인 스타니스와프 프시비셰프스키와 그의 아내 당니 유엘이다. 뭉크는 친구의 아내인 유엘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들이 결혼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남녀 옆에 그려진 어두운 얼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니라 뭉크. 그는 친구 부부를 질투하는 자신의 얼굴을 그림에 집어넣었다. 질투는 뭉크가 평생 집착했던 주제였고, 그림의 소재이기도 했다.
《질투》는 ‘비극의 씨앗’으로만 여겨지던 질투를 예술사적 관점, 특히 미술사적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저자는 피터 투이 캐나다 캘거리대 그리스로마연구학 교수다.
질투를 표현한 미술 작품은 다양하다. 앤서니 프레더릭 산디스의 ‘질투’, 루이 이카르의 ‘질투’, 옥타브 타새르트의 ‘질투하는 고양이’ 등이다. 투이 교수는 “질투는 수많은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됐다”며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질투가 유전자의 생존을 돕는 메커니즘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예술사에서도 인식의 진보와 다채로운 작품을 탄생시킨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질투란 감정은 화폭 안에서 어떻게 표현됐을까. 17세기 프랑스 화가인 샤를 르브룅은 회화 교본 《열정을 그리는 법을 배워봅시다》에서 질투 표현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질투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향해 움직이다가 고개를 돌리는 척하면서 슬쩍 옆으로 보는 눈동자로 표현된다.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이글이글 불타는 것처럼 표현한다.” 여기엔 두려움, 증오, 고뇌 등 질투에 동반되는 수많은 감정적 고통까지 담긴다.
화가의 삶에서 질투는 숙명적인 감정이다. 모델은 화가보다 더 아름답거나 매력적인 존재일 때가 많다. 화가는 그의 미세한 표정과 움직임까지 작품에 담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질투도 함께 느끼게 된다. 저자는 “예술 행위 자체가 모델-화가-예술 간 삼각관계에 기반을 둔다”며 “질투란 감정이 최고의 미술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질투를 나쁜 감정으로만 규정하고 억누르려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투이 교수는 “질투는 원하는 것을 얻고 지키며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예술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질투는 다른 감정보다 더 아름답게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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