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혜 기자 ] 세력이 비슷한 국가들이 각기 대규모 정규군을 동원해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장기간 벌이는 물리적 전투. ‘전쟁’ 하면 떠오르는 개념이다. 그런데 요즘의 전쟁은 좀 다르게 펼쳐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규모로, 파편처럼 불규칙하게 이뤄진다. 사이버전이나 정찰·전투 드론 활용 등이 대표적이다.
전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형태가 달라졌을 뿐이다. 전쟁이라는 주제에 대해 ‘움직이는 싱크탱크’로 불리는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정치학 교수인 헤어프리트 뮌클러의 진단이다. 그가 《파편화한 전쟁(현대와 전쟁폭력의 진화)》에서 전쟁 모델의 변화와 그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최근의 ‘새로운 전쟁’이 지닌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전쟁폭력의 민영화. 더는 국가가 전쟁의 독점자가 아니며 민간 군사회사 등이 전쟁의 주요 주체로 떠올랐다. 둘째는 전쟁의 비대칭화. 위세가 거의 대칭적이었던 과거 전쟁과 달리 최근엔 전쟁 주체 간 군사적 비대칭성이 크다. 마지막은 전쟁의 탈(脫)군사화. 전쟁 수행을 더는 정규군인이 독점하지 않는다. 또 전쟁에서 폭력 행사의 목표물은 국가의 군사적 시설만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민간인이나 정보통신시설 등 민간 인프라를 노린다.
저자는 이런 변화 아래 깔린 사회사상사적 흐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사회의 ‘탈영웅화’다. 과거 ‘영웅적 사회’에선 전쟁 과정의 죽음이 희생과 명예라는 고귀한 가치에 결부됐다. 하지만 ‘탈영웅적 사회’에선 시민은 물론 군인들에게조차 일방적 희생을 기대할 수 없다. 자국민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 장기 전쟁이 정신적으로도 불가능해진 이유다.(장춘익·탁선미 옮김, 곰출판, 476쪽, 2만20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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