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황사가 대표적 원인
부모·형제 중 알레르기 있으면 천식·비염 유발 가능성 커
집먼지진드기·동물털도 원인…천소파·옷·이불 자주 청소해야
위산 역류로 기침·가슴통증
담배·커피·초콜릿 삼가고 식후에 바로 눕지 말아야
누웠을 때 자주 기침 나오고 앉은 자세서 줄어들면 '심장' 문제
[ 이지현 기자 ]
봄이 되면 기침 증상이 심해지는 사람이 많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 등이 늘고 황사가 심해지면서 호흡기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기관지 천식도 기침을 일으키는 대표 질환이다. 하지만 이들 질환 외에도 기침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많다. 위산이 역류하는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기침 증상이 생긴다.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도 기침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만약 3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면 의료기관을 찾아 다른 질환은 없는지 진단받아야 한다. 봄철 알레르기 질환과 기침 증상 등을 알아봤다.
◆천식·알레르기로 잔기침 심해져
알레르기는 특정한 물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봄에 기침이 늘어나는 대표 원인은 알레르기 비염이다. 코점막이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을 보여 연속적으로 재채기 발작을 하고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른다. 코막힘도 심해진다. 다른 증상 없이 잔기침만 계속하는 환자도 있다. 목 안이 따끔따끔하고 간지러워 기침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계속 기침을 하게 된다. 알레르기 기침을 일으키는 원인은 꽃가루, 황사,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이나 비듬, 음식물, 약물 등이다. 집먼지진드기는 항상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에 1년 내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킨다. 부모 형제 중에 알레르기 환자가 있으면 알레르기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천식도 잔기침의 원인이다. 기관지 천식이 있으면 발작적으로 마른기침을 한다. 밤에는 증상이 더 심해진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 때문에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천식이 생기는 일이 많다. 일부 환자는 담배 연기, 자극적인 냄새, 운동, 찬 공기 등으로 증상이 악화된다. 증상이 심하면 단순 기침뿐 아니라 쌕쌕거리는 천명음, 호흡 곤란 등 전형적인 천식 증상을 호소한다. 기관지 천식은 알레르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환자의 60~80%가 다른 알레르기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을 보인다.
천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물질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포자, 동물비듬 등 흡입성 물질이다. 집먼지진드기는 기관지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집먼지진드기는 습기가 많고 기온이 따뜻한 실내의 집먼지 속에 산다.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지는 인설(비듬)을 먹는다. 집먼지진드기 농도가 먼지 g당 100마리 이상이면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침대 매트리스, 양탄자, 천으로 된 소파, 옷, 이부자리 및 자동차 시트 등에 많이 있다.
◆원인 물질 파악이 중요
기관지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원인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 물질이 꽃가루라면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가거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동물 때문이라면 접촉을 삼가야 한다. 집먼지진드기는 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서식을 막기 위해 기온이 낮은 북극이나 습기가 없는 건조한 사막으로 이사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베게나 이불 등 침구를 없애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신태 강남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고 특수한 천으로 침구를 포장하고 집먼지의 원천이 되는 카펫이나 천소파를 치우는 등의 방법으로 농도를 낮추면 증상이 줄기도 한다”면서도 “환경요법만으로는 알레르기 질환을 충분히 조절할 수 없다”고 했다.
기관지 천식은 약물치료, 면역요법 등도 병행해 치료한다. 가장 중요한 약물은 흡입제다. 흡입제는 종류에 따라 사용법이 다양하다. 기관지 확장제와 항염증제를 복합한 제제가 많이 사용된다. 이들 약물은 꾸준히 사용해야 천식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먹는 약인 류코트리엔 조절제도 천식 치료에 도움을 준다. 소량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하주사나 설하 투여 방식으로 여러 번 주입해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대한 감수성을 낮추는 치료법도 활용된다. 면역요법으로 완치되는 환자도 있다. 평소 손을 자주 씻고 감기처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질환을 예방해야 한다. 담배는 천식 증상을 악화시킨다.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 있어도 마른기침 증상
위식도 역류질환도 기침을 일으킨다. 위산 등이 식도 안으로 역류해 자극을 주면 기침뿐 아니라 가슴 통증을 호소하거나 신맛을 자주 느끼는 역류증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 상당수는 다른 증상 없이 단순한 기침 증상만 호소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을 치료하려면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식도괄약근을 약하게 하는 담배 커피 초콜릿 등을 삼가고 식후에 바로 눕는 것도 피해야 한다. 과식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위산 억제제, 위장관 운동 개선제 등의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다.
심장질환이 있어도 호흡곤란이나 마른기침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심장질환 때문에 생기는 기침은 주로 마른기침이다. 누운 자세에서 증상이 악화된다. 자세를 바꿔 앉은 자세를 취하면 기침이 줄어든다. 누워 있으면 혈액이 가슴 쪽으로 몰려 폐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심장이 아니라 호흡기 이상 때문에 기침이 생기면 자세를 바꿔도 좋아지지 않는다.
심장에 이상이 있으면 호흡기 질환이 있을 때와 달리 가래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만약 가래가 나온다고 해도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가래와는 전혀 다른 형태다. 가래에 거품이 섞인 빨간색 혈흔이 있으면 심장 이상 때문에 생긴 것일 가능성이 높다. 가래가 노란색이면 대부분 호흡기 질환이 원인이다. 호흡기 질환과 심장 질환이 동시에 있으면 호흡기 질환 치료만으로는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계속된 치료에도 기침 등의 증상이 계속되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노인은 호흡기계와 순환기계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박연희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봄철 기침은 알레르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기침이 생길 수 있다”며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되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박연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김신태 강남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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