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고혈압 환자 녹내장 위험 높아

입력 2017-04-24 14:54   수정 2017-04-24 15:01

김찬윤 세브란스병원 교수팀
고지혈증 등 겹치면 더 위험



[ 임락근 기자 ]
혈압이 높은 환자일수록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지거나 혈액순환 문제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심해지면 실명에 이르기도 하는 질환이다. 초기에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어 ‘시력 암살자’라는 별명까지 있다.

김찬윤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최근 고혈압 진단을 받은 10만62명과 혈압 수치가 정상인 비교군 10만62명을 1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고혈압 환자가 혈압 수치가 정상인 사람에 비해 개방각 녹내장 발생 위험성이 16% 더 높았다. 개방각 녹내장은 녹내장의 80%를 차지한다. 안압이 높아지는 걸 막으려면 눈의 체액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개방각 녹내장에서는 안구 내 체액이 빠져나가는 통로인 섬유주가 막혀 안압이 상승한다.

고혈압 환자가 정상 혈압인 사람보다 개방각 녹내장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은 전 연령층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이 정상 혈압 일반인 1만명을 1년간 추적 관찰했더니 40~64세에서 15명, 65세 이상에서 17명의 새로운 개방각 녹내장 환자가 발생했지만 고혈압 환자는 40~64세에서 31명, 65세 이상에서 34명에게 개방각 녹내장이 발병했다. 같은 고혈압 환자라도 나이가 많을수록 개방각 녹내장 발생 확률이 더 높았다. 40대와 비교했을 때 50대는 1.82배, 60대는 2.76배 높았다. 70대 이상은 3배 이상이었다.

고혈압 이외에 간질환이나 고지혈증 등 동반질환이 있으면 개방각 녹내장 발생 위험이 22% 더 높아졌다. 고혈압 환자가 다른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40~64세에서 33명, 65세 이상에서 41명의 새로운 개방각 녹내장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축기 혈압이 높을수록 개방각 녹내장 발생률도 증가했다. 수축기 혈압이 120㎜Hg 이하인 경우 인구 1만명당 개방각 녹내장 발생률이 15.5명인 데 반해 140㎜Hg 이상은 19.2명으로 2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적절히 관리하고 40대 이상은 연 1회 안과 검진을 통해 녹내장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에 참여한 김성수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검진 및 청구자료는 녹내장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학문적·임상적 가치가 있다”며 “앞으로 환자의 의무기록과 유전정보까지 포함한 전국 단위의 정밀의료 연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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