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욱 기자 ] ‘이화학연구소(RIKEN·리켄)의 터줏대감.’ 유지 가미야(神谷勇治) 리켄 명예연구원(사진)의 별칭이다. 1975년부터 이곳에 근무하면서 리켄의 성장사를 체화한 인물이다.
기초과학의 대명사라는 리켄에서 반평생 넘게 일했던 영향인지 유지 명예연구원은 ‘학문에의 열정’을 기회가 날 때마다 강조했다. 그의 주전공 분야는 식물연구. “시시해 보일지 모르지만 식량안보 등을 고려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분야”라며 “과학자로 성공하기 위해선 돈벌이가 아니라 자신의 학문적 호기심에 따른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갈 곳이 없어서, 급여가 좋아서, 사회적 평판이 좋아서 같은 이유로 연구자가 되려 한다면 결국엔 일찍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도쿄대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할 때 일본인 외에 한국인 등 외국인도 적지 않게 있었는데 외국인이라고 배려해주는 것은 없었다”며 “남부끄럽지 않은 연구자로 키우겠다는 생각에 과학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제1 기준으로 삼아 가르쳤다”고 했다.
유지 명예연구원은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사라져 가는 점이 일본 과학력의 쇠퇴와 관련이 깊다는 진단도 내놨다.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데이터베이스인 WoS 기준 일본이 발표한 과학 논문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8.4%에서 2015년 5.2%로 반토막 났다”며 “일본의 ‘과학력(科學力)’이 속도를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유지 명예연구원은 “돈을 벌 수 있는 연구만 주목받고 그렇지 않은 연구가 외면받기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연구조직이 장수하기 위해선 환경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과거의 업적에만 매달려 같은 시스템만 고수한다면 생물과 마찬가지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와코=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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