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빽' 없는 한국벤처가 중국서 살아남은 비결?

입력 2017-04-25 18:14  

현장에서

잠금앱 '쿠후아', 캐릭터 '핑크퐁'
중국서 특별한 인맥 없이도 성공

"규제 걱정할 시간에 서비스 고민"
기업가 정신이 중국 시장 뚫은 힘



[ 남윤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취재팀 EDGE는 지난 11일 ‘중국에서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비결’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와중에도 스타트업들이 거두고 있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행사에는 잠금화면 앱(응용프로그램) 쿠후아로 중국에서 월매출 3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는 NBT의 박수근 대표, 유아용 캐릭터 핑크퐁으로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2억뷰 이상을 기록한 스마트스터디의 이승규 중국법인장, 참신한 주방가전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피에나의 박미선 대표, 이 세 명이 연사로 참석했다.

청중도 중국 사업을 하거나 준비 중인 스타트업 관계자가 많았다. 중국은 베일에 싸인 시장이다. 정부 규제는 제멋대로다. 다른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안드로이드 앱 마켓도 없다. 관시(關係)라 불리는 인맥이 없으면 장사하기 힘들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이런 의식을 반영한 듯 청중은 중국의 각종 규제와 정책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 청중이 “중국 앱 마켓은 시시때때로 정책을 바꾼다고 들었다. 앱을 개발하는 NBT는 어떻게 대응하느냐”고 물었다. 박수근 대표는 “다른 방법은 없다. 하나하나 대응한다. 많은 기업이 포기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대응한다”고 했다. 피에나는 중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쑤닝의 온라인몰에 제품을 납품했다. “쑤닝과 관시가 있느냐”는 질문에 박미선 대표는 “스타트업이 그런 게 있겠느냐. 여러 번 찾아가고 제품을 설명하고 가격을 깎은 끝에 납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법인장은 “중국 시장이 어려워지니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중국보다 훨씬 비합리적이고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비결이라 불릴 만한 건 없었다. 조직도 관시도 없는 스타트업들은 기업가정신만으로 거대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지금 중국에선 1억명이 쿠후아를 스마트폰에서 쓰고 있고, 베이징 초등학교에선 아이들이 스마트스터디의 ‘상어가족’ 노래에 맞춰 율동을 연습한다. 피에나는 매월 1000만원어치 상품을 중국에서 판다. 박 대표가 청중에게 해 준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규제를 걱정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할까 고민하는 게 중국 시장 공략에 유리합니다.”

남윤선 IT과학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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