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억대 연봉 마다하고…수제맥주공장 차린 '맥주덕후'

입력 2017-04-25 18:15   수정 2017-06-01 10:22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

M&A 전문가로 일하다 유학길…세계 각국 수제맥주 매력에 빠져
맥주계의 소믈리에 '시서론' 취득

제조·유통·감별 전문가들 합심…서울 성수동에 1호점 열고 창업
"올해부터 캔맥주 배달 서비스…목표는 세계서 인정받는 맥주기업"



[ 임원기 기자 ]
정보기술(IT)업체에 주로 투자하는 유명 벤처캐피털(VC)인 알토스벤처스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가 지난달 수제맥주업체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 투자하면서 벤처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들은 왜 서울 성수동에 있는 이 작은 수제맥주업체에 투자했을까. 다른 수제맥주업체와 뭐가 다른 것일까.

◆수제맥주에 빠진 컨설턴트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P&G를 거쳐 베인앤컴퍼니 서울지사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하다 작년에 창업했다. P&G 시절이던 2010년 미국 시카고에 있는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으로 유학 갔다가 맥주에 눈을 떴다. 100가지가 넘는 세계 각지 맥주를 동네 마트에서 사다 마시던 그는 아예 시서론(cicerone)을 취득했다. 시서론은 ‘맥주 소믈리에’로 불리는 일종의 감별 자격증이다.

국내 보유자가 채 10명도 안 되는 시서론을 취득한 그는 이때부터 맥주에 푹 빠져 지냈다. 베인앤컴퍼니로 옮긴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에서 그는 ‘맥덕(맥주 덕후)’으로 더 유명했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와서 수제맥주업체가 많은데도 영세하게 운영되는 것을 안 그는 본격적으로 창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최고 전문가를 모으고 싶던 그에게 국내 수제맥주 경연대회인 홈브루잉대회에서 12번이나 우승한 브루마스터 스티븐 박이 KAIST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 대표는 다짜고짜 그를 찾아가 “경영이론 공부하지 말고 우리가 좋아하는 맥주나 직접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스티븐 박에 이어 독일 베를린 VLB양조학교를 나온 김관열 팀장 등 업계 유명인들이 합류했다. 초기 멤버 10명 대부분을 내로라하는 맥주 전문가로 구성했다.

◆꿈의 크기가 달랐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한국식 수제맥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그저 동네의 작은 수제맥주집에 머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한가락 하는 맥주 제조·유통·감별 전문가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 모인 것이나 IT업종에 주로 투자하는 VC가 이 회사에 투자한 것 모두 그의 이런 ‘남다른 꿈’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거창한 꿈을 갖고 있지만 수제맥주는 ‘반드시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1호점을 성수동의 명물로 만든다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성수동 맥주집이란 목표를 달성해야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여름 오픈 첫날부터 손님이 줄을 서서 들어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금도 성수동 매장은 오후 7시 넘어서 가면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비결 중 하나는 도전정신과 남다른 ‘맛’이다. 이 회사의 대표작인 ‘첫사랑’은 맥주 맛의 핵심인 홉의 풍미를 극대화한 맥주다.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강한 홉의 향과 함께 마치 처음은 달콤하지만 끝은 씁쓸한 첫사랑과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성수동에 이어 그는 인천 송도, 서울 잠실에 2호, 3호점을 잇달아 개점했다. 캔맥주로 제조해 전국 수제맥주 매장에도 유통하기 시작했다. 배달도 한다. 3월 중순 서울 강남부터 ‘어메이징 익스프레스’라는 캔맥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꿈의 최종 단계는 세계시장 진출. 김 대표는 “한국에서도 세계인에게 통하는 맛있는 맥주 제조가 가능하다고 믿고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며 “스타트업답게 도전하고 빠르게 성장해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한국 맥주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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