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소형 프로펠러로 이착륙…컨트롤러로 방향·속도 조절
래리 페이지 "플라잉카 타고 출퇴근할 날 머지않았다"
우버·에어버스도 '플라잉카' 주목
정부 규제가 문제지만 기술적으론 실용화 눈앞
[ 송형석 기자 ]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교통 정체로 꽉 막힌 도로에 갇히거나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할 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이 같은 상상 속의 기술을 현실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정부의 규제를 어떻게 풀지 과제가 남아 있지만 기술적으론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험 운행 마친 플라잉카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24일(현지시간) 구글의 지원으로 설립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키티호크가 캘리포니아주에서 1인승 플라잉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 소속 우주항공 엔지니어인 캐머런 로버트슨이 플라잉카 프로토타입(원형)을 타고 호수 위 4.5m 상공에서 5분 동안 비행한 뒤 착륙장으로 되돌아왔다.
구글 임원 출신인 서배스천 스런 키티호크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시연은 개인 교통수단의 미래를 바꾸는 일”이라고 자평했다. 키티호크의 후원자인 래리 페이지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CEO도 비행이 끝난 뒤 성명서를 내놓았다. 그는 “우리 모두 손쉽게 날고 싶은 꿈이 있다. 내 키티호크 플라이어를 타고 빠르고 쉽게 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흐뭇하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프로토타입엔 8개의 소형 프로펠러가 달려 있다. 활주로를 사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고려한 설계다. 자동차의 운전대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로 방향을 틀거나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외관은 자동차보다 드론(무인항공기)에 가깝다. 페이지 CEO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란 꿈을 이루기 위해 1년 전 1억달러를 투자해 플라잉카 스타트업을 세웠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한 마을의 이름을 사명으로 썼다.
키티호크는 1인당 100달러를 받고 연말께 이뤄질 시범 비행에 참여할 지원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시범 사업 참가자에게는 정식 판매 때 가격을 2000달러 할인해주는 혜택도 준다. 키티호크는 조종사 면허가 필요 없는 초경량항공기 규정을 활용해 ‘레크리에이션 비행’으로 시범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 정부의 규제가 관건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우버도 플라잉카 시험 비행을 앞두고 있다. 우버의 플라잉카는 수직 이착륙이란 의미인 ‘VTOL’로 불린다. 우버는 정부 규제가 풀리는 대로 개인용 항공기 호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경쟁력은 속도에 있다. 우버는 VTOL을 이용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근 도시인 새너제이 시내에 이르는 69㎞ 구간을 18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구간을 자동차로 이동할 때 걸리는 시간(100분)의 5분의 1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 구간의 예상 이용 가격은 129달러다. 자동차를 이용할 때 드는 비용(우버X 기준 111달러)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다.
키티호크와 우버 외에도 플라잉카를 준비하는 곳이 많다. 실리콘밸리에서 개인 항공기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만 여섯 개 안팎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에어버스도 이 사업에 관심이 많다. 지난달 제네바국제모터쇼에서 수직 이착륙 기술을 이용해 지상과 공중에서 운행할 수 있는 ‘팝업’을 개발 중이라고 공개했고, 연말 이전에 시험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라잉카의 성패가 각국 정부의 규제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용 소형 항공기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쉽게 비행 허가를 내주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인용 항공기가 상용화되려면 국가별로 완전히 새로운 항공교통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년 전부터 드론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비행체를 관리하기 위한 항공교통관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이착륙 과정에서 소음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소형 항공기 무게와 기능에 부합하는 배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조달할 수 있을지 등이 관련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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