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서울대 교수 상장사 5곳
생계형 창업 매년 늘어났지만 교수·연구원 벤처창업은 정체
기업 5년 생존율 선진국보다 낮아
"교수가 돈벌이 하냐" 풍토 바꾸고 펀드 조성· 맞춤형 정책 지원을
[ 문혜정/이민하 기자 ]
벤처 창업이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대학교수와 연구원 출신 석·박사급 인재들의 ‘기술 벤처’ 창업 비중은 10년 전보다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창업 기업들의 생존율이 낮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많지 않은 등 한국 경제의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교수·연구원들의 창업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면서 이들이 창업한 기술 벤처 비중은 지난 10년 새 12.4%에서 8.2%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기술 벤처들은 지속가능성과 고용창출 능력이 뛰어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며 “정부가 기술인재들의 창업을 북돋아 줄 획기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연구소 창업 상대적 저조
서울대 교수가 창업한 코스닥 상장사는 마크로젠, SNU프리시젼, 강스템바이오텍, 바이로메드, 나이벡 등 5개뿐이다. 이 중 4곳이 소위 ‘1차 벤처붐’이 분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창업했다. 그 이후엔 창업한 회사도 많지 않지만 강스템바이오텍(2010년 창업)을 제외하면 상장사 명맥이 완전히 끊겼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겸 바이로메드 사장은 “한국 벤처 역사 30여년간 그나마 창업이 활발한 서울대 교수가 상장시킨 회사가 5개뿐이라는 게 고급 기술인력 창업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교수·연구원 창업 부진 현상을 취약한 기업생태계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뒤 생존율(2013년 기준)은 27.3%에 불과하다. 미국(45.8%)이나 유럽(44.4%)에 비해 크게 낮다. 다생다사(多生多死)의 생계형 창업이 많은 게 그 이유다. 반면 벤처기업의 5년 생존율은 64.1%(2015년 기준)로 높다. 김정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호한 경제 회복세를 보인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중규모(고용인원 10명 이상~250명 미만) 기업 비중이 높다는 것”이라며 “이들 중규모 기업은 성장잠재력을 갖춘 ‘기회형 창업’, 즉 ‘기술창업’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벤처 고용효과 커
기술 벤처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일반 창업 기업보다 크다.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교수·연구원 창업은 일반 창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와 매출이 두 배가량 크다. 2014년 기준 기업당 평균 고용 직원은 기술 벤처기업이 4.1명으로 일반 기업(2.5명)보다 많다. 1인당 평균 매출도 7억2200만원으로 일반 기업(4억7400만원)을 크게 앞섰다.
기술적 파급력도 크다. 서정선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가 1997년 창업한 마크로젠은 바이오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000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수백개 바이오벤처 창업 붐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4차산업 같은 신산업 분야도 전문지식을 갖고 사업화할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교수·연구원들이 창업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선영 사장은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출신 교수 및 학생들이 창업에 나선 곳이 ‘실리콘밸리’이고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들이 128번 지방도로 주변에 만든 첨단산업단지가 ‘루트128’”이라며 “우리도 서울대 주변에 ‘낙성대밸리’, 홍익대와 연세대, 서강대 인근엔 ‘신촌밸리’ 같은 게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고급기술인력펀드 등 조성
기술 창업이 부진한 이유로는 보수적인 대학·연구소 문화와 기업가정신 부재 등이 꼽힌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교수와 연구원들이 창업을 하면 ‘딴짓한다’는 식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풍토가 여전히 많다”며 “기술인재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교수·연구원 등의 기술 벤처 창업을 자극하기 위한 별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40억원대 규모의 ‘고급기술인력펀드’를 조성했다. 교수·연구원 등이 창업한 회사에만 투자하는 전용펀드다. 대학이나 공공연구소가 보유·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연구개발특구 안에 설립하는 ‘연구소기업’ 기준도 완화했다. 또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창업성공패키지 지원사업’ 등을 통해 교수·연구원 창업에 최대 1억원을 지원해준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우수 인재의 기술 창업을 촉진해야 창업생태계가 더 강해지고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기술 벤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더 많은 정책적 지원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문혜정/이민하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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