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특기생 최저 학력기준 도입] "운동·학업 병행…김연아도 성적 70% 미달땐 연·고대 입학 못해"

입력 2017-04-26 18:03   수정 2017-04-27 06:43

현재 중3부터 적용
입학 후에도 학사관리 강화, 학점 미달땐 경기출전 금지
'제2의 정유라' 사태 방지

골프·수영 등 개인 종목 특기생 선발 점차 축소
타대학 확산 여부 주목



[ 성수영 / 구은서 기자 ]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도 바뀐 입시체제에서라면 합격을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박만섭 고려대 교무처장)

연세대와 고려대가 체육특기생 입시제도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체육계와 교육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두 학교는 체육특기생을 선발하는 국내 대학 중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만큼 나머지 대학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 개선안은 현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1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미 초·중학교를 거치며 ‘한우물’만 파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교과성적 70% 안에 들어야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체육특기생 입시에서 최저학력기준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운동 실력이 뛰어나도 교과 성적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입학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단 기준은 성적 70%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한 반에 학생 30명이 있다면 최소 21등은 해야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다. 김 총장은 “유예기간이 3년으로 다소 짧은 점을 고려해 최저학력기준을 70%로 느슨하게 정했다”며 “이후부터는 매년 기준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력기준으로 학교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운데 어느 쪽을 반영할지는 올 상반기 결정할 계획이다. 양찬우 고려대 인재발굴처장은 “교육부가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은 상태”라며 “올 상반기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춰 구체적인 시행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체육특기생이 반드시 수능을 볼 필요는 없다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내신만으로 성적을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골프 수영 등 개인 종목 체육특기생 선발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세대는 개인 종목 선수를 위한 체육특기생 전형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 총장은 “개인 종목은 공부와 운동을 모두 잘하는 학생만 뽑겠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개인 종목 체육특기생을 계속 선발하되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입학 후 학사관리도 철저

연세대와 고려대는 체육특기생이 입학 이후에도 학업에 소홀하지 않도록 학사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염 총장은 “일본은 충분한 학력을 갖춘 학생을 체육특기생으로 뽑아 문무를 겸비한 인재로 키우고 있다”며 “기업도 협동심과 경쟁심을 갖춘 체육특기생 출신 인재를 선호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총장도 “체육특기생이 입학과 졸업 때 모두 일정한 학력 조건을 갖추도록 하는 게 미국 ‘스탠퍼드대 모델’”이라며 “연세대도 이 모델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업에 소홀한 체육특기자는 각종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등 제재하기로 했다. 염 총장은 “외국에서도 평점 2.0 이하면 경기 참가에 제한을 둔다”며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도 “작년 연세대 축구부가 학점 미달로 대회 출전이 금지됐다”며 “내심 안타까웠지만 앞으로 이처럼 학사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행보는 다른 대학의 체육특기생 선발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체육특기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아무래도 두 학교의 입시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두 학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성수영/구은서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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